안경 코걸이 고무를 수리하면서...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친절의 사전적 의미이다.
손님은 왕이라는 미명하에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요구를 친절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시켜 왔다. 근래 들어서는 일방적이고 무례한 손님의 요구를 용서하지 않는 게 사회적인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CCTV와 휴대폰이 보편화되어 있어 손님의 부당 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가 손쉬워졌다. 업주 입장에서는 법적 다툼에서도 불리할 게 없으니 당당히 대응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철없는 어른들의 예의에 어긋난 말과 행동에 상처받는 모습을 보곤 했다. 손님이 하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인 줄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카페에서든 음식점에서든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감사하다' 말을 꼭 하려 한다.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는 종업원뿐만 아니라 내 기분도 좋아지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친절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상호 제공 의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동네에 자주 가는 안경점이 있다. 우리 부부의 안경과 선글라스를 몇 번 맞추었다. 안경점을 다녀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매장은 크지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았다. 젊은 안경점 대표는 늘 활기차고 씩씩하다. 요즘 유행을 감안해서 나에게 맞는 안경을 제안하려고 애쓰고 필요한 연락도 제때 해주어 신뢰가 간다. 그러나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가을비와 함께 사라지듯 세상은 모두 변한다. 안경점도 변했다.
어느 날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안경 코걸이 고무가 하나 빠져나갔다. 안경점에서는 일주일이면 수리가 끝난다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 전화를 하니 추석 연휴로 안경공장의 일감이 폭증해서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다림의 연장은 상관이 없다. 사전 연락도 없고 약속을 안 지켰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없는 게 불쾌했다. 일주일 후 안경점을 찾았다. 살갑게 대하던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너무나 사무적인 대응에 놀랐다. 수리가 끝난 안경을 손으로 건네지도 않고 유리 진열장 위에 그냥 놓았다. 비용을 계산하려니 무상이라고 하는데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실수한 게 있나 되짚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안경점 사장은 비싼 다초점 안경과 더 비싼 선글라스를 맞출 때만 친절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안경점 사장이 불친절한 사람으로 변한 게 아니었다. 그의 친절은 돈으로 사는 거였다.
친절,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