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 거래》에서 류승범이 말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상대가 호의를 베풀면 처음에는 고마워하며 감사함을 표시한다. 작은 호의일지라도 계속 받다 보면 고맙다는 생각이 무뎌지게 되고 어느새 호의가 당연하듯이 행동하게 된다. 호의를 베푼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지인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경기도로 이사 갔다. 시세차익을 많이 거두었다.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로 옮기면서 작은 모텔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모텔은 노후 자금을 얻기 위해 마련했는데 운영이 쉽지 않았다. 급기야 일하는 사람을 내보내고 부부가 전담해야 했다. 모텔은 새 아파트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부부는 모텔에서 기거를 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새 아파트에 들렀다.
부부의 아들이 결혼을 했다. 부부는 아들 보고 새 아파트 작은방에 신혼살림을 차리라고 했다. 부부가 어느 날 새 아파트에 들렀다. 어느새 아들 부부는 안방에 살고 있었다. 부부의 살림은 작은방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날 부부는 아들 부부에게 분명히 얘기를 했어야 했다. "이 아파트는 너희들의 것이 아니고 우리 재산이다. 나중에 모텔을 정리하면 안방은 우리가 사용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부부는 오히려 아들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방을 차지한 아들 부부는 집주인 행세까지 했다. 부모가 집을 찾으면 왜 연락 없이 오느냐면 큰 소리를 쳤다. 부부는 자기 집에 오면서 아들 부부의 허락을 받아할 지경이 되었다. 부부는 이제 아파트에 가지 않는다. 아파트를 아들에게 뺏겨버려 가지를 못한다.
호의는 '친절한 마음씨'이다. 친절한 마음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 호의는 호의이다. 호의를 권리로 잘못 생각하면 잘못되었음을 알려 주고 바로잡아야 한다. 오늘 글쓰기 수업이 있다. 새로 온 문우들에게 수필 잡지를 한 권씩 선물하려고 한다. 나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