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언제든 해고한다.
회사의 목적은 영리 추구이다. 기업광고를 보면 인류와 사회의 번영을 위한다고 거창하게 말을 한다. 하지만 허울뿐인 약속이다. 기업 이미지를 올려서 판매를 늘리려는 목적일 뿐이다. 소비자의 더 나은 삶에는 관심이 없다. 더 나은 기업의 이윤에만 관심이 있다. 회사는 연초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경영 환경이 위기라고 겁을 준다. 종업원 덕분에 사정이 좋아져서 복지와 보상을 확대하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신입사원 시절 같이 근무하던 부장이 명예퇴직을 했다. 실제로는 불명예스러운 해고를 당했다. 영등포에서 송별식을 했다. 부장은 처음에는 새로운 삶을 찾아보겠다는 등 의연한 모습이다가 얼굴이 불콰 해지자 한탄을 했다. 나중에는 분노를 했다. "청춘을 바친 회사가 나를 버렸다. 내가 왜 잘려야 하느냐? 너무 억울하다." 새내기인 나는 회사의 조치에 겁이 나고 무서웠다. 그때 알았다. 회사는 평생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지방에서 관리자로 근무할 때 금융위기가 터졌다. 전국적으로 연일 대량의 해고 근로자가 추운 벌판으로 내몰렸다. 내게도 해고 리스트가 전해졌다. 두 차례에 걸쳐 다섯 명을 내 손으로 해고시켜야 했다. 그들에게는 모두 절박한 근로의 이유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해고는 하나의 우주가 멸망하는 것이다. 긴 설득 끝에 퇴직서에 사인을 하는 그들의 손은 떨렸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순수한 젊은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한없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이후에 신입사원을 만나면 힘주어 말했다. "회사에 충성하지 마라. 회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는 네 가정의 윤택한 삶을 위한 경제력 확보, 그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어제 비가 왔다. 슬픈 이별을 한 다섯 명의 얼굴이 갑자기 창가에 스쳐 지나갔다. 부디 행복한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