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이끄는 삶

by 앤디

한창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는 시간.

오후 4시.


간단히 요기할만한 게 없을까 탕비실을 두리번거리다 편의점에서 파는 초코 롤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허기를 달랠 겸 포장지를 뜯어 한 조각 맛다.
'음? 이게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롤케이크 6조각은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불현듯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먹었던 초코 롤케이크가 떠오른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게 전부였던 20대 초반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호주에서 나는 항상 굶주려 있었다.


라면은 지겨웠고, 내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맛이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밖에 나가서 사 먹자니 돈이 넉넉지 않았다.

무언가 괜찮은 게 없을까 마트 둘러보던 중 베이커리 코너에 반값 세일을 하는 초코 롤케이크가 내 눈에 띄었다.
유통기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롤케이크.


좋아하지 않고, 단것은 더더욱이 싫어하는 입맛을 가진 나였기에,

한국이었다면 절대 쳐다도 안 봤을 초코 롤케이크.

하지만 특별히 조리를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가격까지 저렴했기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구입했다.

셰어하우스로 돌아와 방금 사온 초코 롤케이크를 우유 한잔과 함께 먹었다.
그때 먹은 초코 롤케이크의 맛이란..
그 어떤 유명한 파티쉐가 만든 디저트보다 훌륭다.

적막이 감도는 방에서 나는 감동의 감동을 하며 롤케이크를 전부 먹어치웠다.

초코보다는 빵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는 저렴한 롤 케이크이었지만,

나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 뒤로도 호주에서 생활하는 8개월 동안 종종 롤케이크를 먹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딱히 롤케이크를 먹은 기억이 없다. 내 입맛에 맞는 수많은 먹을 것들이 풍족하게 있기에 롤케이크는 우선순위에 밀려 기억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그러다 13년 만에 오랜 추억과 함께 그 맛을 느끼게 되었다.


롤케이크를 먹으며 생각해본다.

어쩌면 우리의 삶을 강력하게 이끄는 것은 부족함 아닐까?


부족함을 채워가는면서 얻는 만족감.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부족해야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


지금의 내 삶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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