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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Dec 27. 2020

행복은 진화의 산물이다 -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오마주 하여 제목을 지은 듯 한 이 책은 진화론적으로 관점으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철학적 관점에서의 행복, 목적론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측면 강조하는 행복, 즉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며, 이것은 의미 있는 삶을 통해 구현된다'가 아닌, 인간은 100% 동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으며, 행복도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행복이란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유인책.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말한.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은 기막힌 설계를 했다. 내 생각에, 개에게 사용된 새우깡 같은 유인책이 인간의 경우 행복감(쾌감)이다. 개가 새우깡을 먹기 위해 서핑을 배우듯, 인간도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 중 일부만이 우리의 조상이 되었는데, 그들은 목숨 걸고 사냥을 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짝짓기에 힘쓴 자들이다. 무엇을 위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자아성취? 아니다. 고기를 씹을 때, 이성과 살이 닿을 때, 한마디로 느낌이 완전 '굿'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책에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인간의 생존에 또 다른 절대적인 자원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의 감정 -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의 감정 - 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확보해야 했던 또 하나의 절대적 자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사람'이다. 먹는 쾌감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사람이라는 절대적 생존 필수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아주 좋아해야 한다. 타인을 소 닭 보듯 바라보는 사람에게 친구나 연인이 생길 리 없다.
이런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왕성한 사회적 식욕을 갖는 것이다. 식욕의 근원은 쾌감이다. 그래서 사람(특히 이성)을 만나고, 살을 비빌 때 뇌에서는 사회적 쾌감을 대량 방출한다. '강추한다는 뜻이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극도로 사회적이며, 이 사회성 덕분에 놀라운 생존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뇌는 온통 사람 생각뿐이다. 희로애락의 원천은 대부분 사람이다. 또 일상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70%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책에서는 행복은 객관적이지도 않으며, 유전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성격이 외향적일수록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쯤 너무나 당연한 듯싶어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개념이 나온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쾌감의 소멸이라는 것이다. 소멸되지 않는 쾌감(행복)은 삶의 유지시킬 수 없게 만든다. 영원히 유지되는 행복이란 없다. 그렇기에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진리의 문장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책에서는 소박하게 마무리 짓는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은 멍한 기분이다.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마음은 편해지는 한편,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삶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 같아 조금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삶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던 수많은 행위들은 다 무엇이었던가?
반론을 하고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해왔던 행위들 역시 결국은 본능에 충실했다는 것에서 피하기 어렵다. 본능에 충실했을 때 행복했고, 그렇지 못했을 때 불행을 느꼈다. 역시 인간은 동물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감정의 소멸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한 감정이 소멸되어야 한다는 것. 행복한 감정이 소멸되어야 다시금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왜 생각해 보지 못했을까?

행복을 삶의 목적으로 살아왔던 내 삶이 한방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내가 목표로 했던 어느 행복한 순간에 도달한다 치더라도, 그 감정은 금방 소멸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 후에 남는 것은 허무함 또는 새로운 행복의 목표뿐..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 느끼는 감정일 뿐이란 것을 확실히 깨우칠 수 있었다.

흔히들 행복하게 살고 싶다 말한다. 그렇지만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게 진짜 행복일까?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삶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높게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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