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리뷰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민이는 다리뼈가 부러진 뒤 방 한편에 누워 지냈다. 하루에 한차례도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날이 있는 등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않았다. 1년에 한차례 정도 목욕과 양치질을 시키는 등 피해자를 방치했다. 민이가 걷지도 못하고 말할 줄도 모르며, 영양 불량 및 위생 불량 상태에 있었음에도 민이에게 기본적인 음식물 내지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병원 치료를 받게 하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다리뼈가 붙은 뒤에도 엄마는 민이를 일으켜 걷기 연습을 시키지 않았다. 말도 걸지 않았다. 밥도 잘 주지 않았고, 목욕이나 양치질도 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누워만 있던 민이는 어느 순간 그저 '누워있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민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꿨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민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첫째 딸에게 음식과 물을 제대로 주지 않아 굶겨 죽인 엄마가 둘째에게는 동화책 2,000권을 읽어주고 옷도 깨끗하게 입히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디어가 범죄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구성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가 현실성 있는 문제 집단에 대해 보도하기보다는 극소수 일탈자에 의한 병리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친부나 친모가 가해자의 절대 다수인 실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의 현실은 간과하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자식이다. 자식이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해한 뉴스를 보기 역겨운 것처럼 부모가 자기가 낳은 자식을 해한 뉴스를 보기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가 아닌 '그들'을 더 자주 단상에 세우는 건지 모른다. 그러면서 아동 학대를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로 보게 된다."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쌓여 아이가 학대받지 않는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어느 하루 한 번의 노력으로 혁명을 꾀하는 작업이 아니란 이야기였다. 무리한 시도는 후유증만 더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너무 애쓰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눈물짓는 상담원은 1년도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을 그들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한 상담원은 자신이 관리하던 아이가 죽은 날, 슈퍼에서 소주를 사다가 길에서 혼자 마시고는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그의 후배 상담원은 학대하는 엄마에게서 아이를 분리한 뒤 오랜만에 아이를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집을 찾았다가 목을 매 숨져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