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도였다"
붉게 피어난 단풍을 왜 속이려 하는가? 그런 의도였다. 의도는 빛과 같아서 숨길 수가 없고, 의도는 색과 같아서 자신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마음에 대해 그것이 전적으로 의도라고 배웠다. 마음은 언제나 마음의 뜻이고, 그 뜻이 움직이는 운동이다. 현상학은 이 운동을 보는 법을 다룬다. 마음을 본다고 할 때는 지금 그렇게 드러나있는 마음의 뜻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거절된다면 나는 영영 마음의 장님일 것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근거에서 비롯한다. 이 근거를 확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자기가 자기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해왔다는 회수의 누적일 뿐이다. 달이 초록색 치즈라고 말하는 일을 누적하는 이를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다. 그에게는 자기를 위협하지 않는 물렁물렁한 초록색 치즈가 아주 많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나를 때린 뒤에 자기는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말랑말랑한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경우는 아주 달라진다.
사람들은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나, 마음이 잠깐 이상해져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타협을 청하곤 한다. 나는 타협을 좋아한다. 특히 나보다 물리력이 강해보이는 이들과 타협하는 것을 아주 선호한다. 그러나 이 경우라면 나는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은 전적으로 선한 의도였으나 마음이 살짝 오작동해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는 이 말과 타협함으로써, 나는 인간의 마음이 근본적으로 오류라는 주장과 타협하는 것이다.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으며 단지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이 말은, 마음이 없으면 자신은 완벽하다는 말과도 같다. 나는 신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과 타협하는 일은 그 얼마나 우스운가. 무엇보다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의 약속은 지켜질 수가 없다. 그는 또 반복할 것이며, 그때마다 마음이 문제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안하려고 해도 마음이 자꾸만 생각대로 안된다며 마음을 더욱 어려운 문제로 만들어갈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자기의 결백한 무오성이다. 자기는 문제가 아니라, 최소 그 문제를 다루는 기술자다. 기술자는 문제를 다루는 일에 실수는 있을지언정 문제 자체와 동일시되지는 않을 이득을 얻는다. 문제가 문제이지 기술자가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분열이라고 분명하게 쓰고 싶다. 분열된 것은 자신을 잃는다고도 분명하게 쓰고 싶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일이 더욱 빠르게 자신을 잃게 한다. 그것은 그런 의도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열렬하게 지키고자 하는 이는 실은 자신을 잃고 싶어하는 이 의도를 갖는다. 순결하고 완벽한 자신을 말해왔을수록 의도는 더욱 강해진다. 그러한 자신을 지키는 일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자신은 완벽한 짐이다. 오류라고 한다면, 자신이라고 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짐으로 경험하고 있는 이것이 오류다.
내가 이러한 오류의 생각과 타협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타협함으로써 나는 그 짐을 대신 들게 된다. 자각도 없이 그는 짐을 나에게 떠넘기며, 자신은 짐의 양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또 무오한 신인 척하는 일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타협은 결국 그 자신이 신이라는 주장과의 타협을 요청하는 것이다. 거절한다.
나는 내 눈앞에서 나를 지배할 신을 만드는 일에 조금도 협력하고 싶지 않다. 나는 장님이 아니며, 내가 누구의 것인지를 이미 보아왔다. 나는 마음의 것이다. 나에게 어여쁜 붉은 옷을 입혀줄 것은 마음뿐이다. 마음의 의도는 나를 향한 의도다. 그러니 나를 향한 마음의 의도는 곧 나의 의도다. 그런 의도였으며, 그것이 나의 의도였다. 나는 이렇게 힘차게 말하는 이를 보고 싶다. 그는 분열되지 않은 그 자신이기에 힘차다.
때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기보다, 강해보이는 것이 무서워서 때리려 했다고 말하는 이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 의도는 빛과 같아서 환하고, 그 의도는 색과 같아서 아름다운 것이다. 강함이라는 아름다운 것을 알아본 그 마음이 그대로 숨길 수 없이 아름다운 그 자신이다. 그런 의도였다. 나는 마음이다. 나로 피어난 마음이다. 그렇게 전하고 있는 의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