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5

"다섯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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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지지대 위로 드디어 사람이 걸어갈 길이 생겼다. 지지대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이고 잊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분명하게 지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걷는 길이라도 이 사실을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갈 수 있다면, 가도 되는 것이다.


배의 갑판을 의도해서 외부공간을 구상했지만, 이제 내 눈에는 다리로 보였다.


뭍으로 올라와 다리를 달고 우리는 한없이 뻗어나갔다. 두 다리가 그려간 것은 자유의 역사였다. 언제까지라도 갈 수 있었고, 얼마든지 가도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그 길이 끊어질 때면 우리는 또한 다리를 놓았다. 갈 수 없게 된 이의 마음을 이어받아 저쪽으로 건너가기도 했고, 갈 수 없게 된 이를 찾는 마음으로 저쪽에서 건너오기도 했다.


다리는 연결하는 것. 갈 수 없는 것을 다시 또 가고자 하는 소망이 빚어낸 것이다.


그런 소망으로 생명은 다리를 달았고, 다리를 놓았다. 두 다리로 힘차게 다리를 건넜다.


지지되고 있던 것은 이 소망일 것이다.


얼마든지 이루어져도 되는 소망이었다.


이 다리 위에서 우리가 만나는 일은.


내담자는 상담자를 찾아 어렵게 용기를 내어 다리를 건너왔지만 상담자는 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다. 그러나 상담자도 내담자를 찾아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단 하나의 내담자를 만나기 위해 긴 시간을 홀로 수많은 발걸음을 옮겨 왔다. 이러한 상담자를 계속 갈 수 있게 한 것은 만나고 싶다는 이 소망이 분명하게 지지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다. 여기에만 위탁해 상담자는 정말로 먼 길을 걸어왔다.


다리 위에서 마침내 서로를 마주했을 때, 그의 더럽고 상처투성이인 다리가 그의 환한 미소를 더욱 빛나게 한다면, 분명 그가 상담자이기 때문이리라.


다리 위에는 그래서 난간 기둥마다 조명을 설치할 것이다. 만남의 순간에는 반드시 빛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어떤 조도의 조명이라도 우리의 만남 그 자체가 내는 빛 앞에서는 겸손하기만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명을 설치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것이 우리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여름밤의 하늘 아래서 저 별빛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해서다.


자기들보다 더 환한 것을 반갑게 지지하기 위해 별빛들도 내려올 다리의 시간을 기다리며 이제 다섯째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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