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생활자의 수기 #32

"마법의 대가"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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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大家)는 어떠한 일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그 일을 건강하게 운용할 수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래서 마법의 대가는 마법을 쓰지 않는다. 마법에는 반드시 그 대가(代價)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이해하기 때문이다.


마법은 상태의 비약이다. 나는 마법을 이렇게 정의한다. 현재 자신의 상태가 아닌 상태로 인위력을 가해 비약시키는 것이 바로 마법이다. 마약은 대표적인 마법이며, 돈과 인기도 전통적인 마법의 소재다. 오늘날에는 심리학이나 마음도 아주 인기있는 마법이다. 그것들을 소비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의 상태와는 다른 아주 긍정적이고 행복한 상위의 상태가 되었다고 경험한다.


그러나 이것은 빌려온 상태에 불과하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빌려온 것은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일이 필연이다. 그리고 대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마법은 반드시 그 상태를 안좋은 것으로 경험되게 한다. 아무 일이 없고 평탄한 원래의 상태였을 뿐인데 이제 그 현실은 지옥이 되었다. 마법으로 도핑되어 경험한 상태의 자극이 가져온 반동이다. 심지어 도핑된 상태가 진정한 자신의 상태인 것처럼 자기정체성의 소재로 삼고 있던 이에게는 이것은 커다란 상실이며 거대한 추락이다. 하루하루가 진정한 자신을 잃어 무의미해지고 살 가치가 없어진 인생으로 변한다. 다시 마법을 소비했을 때만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만 같다. 그러니 이 중독을 멈출 수가 없다.


자신이 아무 것도 없이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던 이들이 돈이나 인기 등을 빌려와 일종의 마법도핑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 그 경험을 잊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이제 그것이 진정한 자신으로서의 기준점이 되며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상은 한없이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계속 그러한 도핑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을 성립시켜주었던 것만 같은 소재들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나는 결국 중독자들이 이토록 간절하게 찾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그들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없다고 느끼던 이들이 놀라운 자신을 만들어주는 것 같은 소재를 빌려와 그것을 자신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것은 빌려온 것이기에 반환될 수밖에는 없었다. 이럴 때 그들은 자신을 철저하게 상실하게 되는 것 같아 커다란 절망을 경험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 이상하다. 원래부터 자신이라는 것은 없지 않았던가? 또한 자기의 것이 아니라 애초 빌려온 것을 돌려주었을 뿐인데 왜 그토록 절망한단 말인가? 50억을 빌렸다가 1년 후에 정확하게 다시 50억을 갚았을 때 사람들은 절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제야 빚을 갚았다며 마음이 편해지지 않던가? 아마도 이것은 마법의 대가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화려하고 풍요로운 자신이라는 것을 왠지 가져본 것 같기에, 자신이 없는 원래의 상태라는 것은 처절하게 비극적인 상태인 것처럼 경험되는 것이다.


뇌는 강한 자극을 정기적으로 받게 되면 이제 그것이 일상적인 수준인 것처럼 수평화를 시도한다. 도핑된 상태가 정상성이 된 것이다. 그리고 원래의 일상적인 상태는 정상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등한 상태로 판정된다. 마법중독자들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마법재로부터 회복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마법재로부터 오는 자극의 차단이다. 그럼으로써 뇌가 다시금 일상적인 수준으로 수평화를 이루게끔 재조정하려는 것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는 회복의 과정을 지속할 수 있는 강한 동기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동기화되는 일에는 자각이 먼저일 것이다. 현재의 상태를 정말로 정직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그 생활에 실은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아니 행복의 조건들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늘 감옥에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러한 이는 자신이 지금 자유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그는 지금 마법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어떠한 마법의 상태, 또는 자신이 SNS와 유튜브 등에 자극받아 만들어낸 마법적 정체성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 그는 지금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그 기준점의 상태까지 도핑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에게 마법의 효과를 부여해줄 마법의 대가(大家)를 찾고 있는 중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그는 마법의 대가(代價)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지금 이처럼 마법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마법중독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 중독의 사실을 부정하면 문제를 다른 곳에서 찾게 된다. 돈이 없어서 자신이 충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관계에서 발생한 것처럼 가정되는 여타의 심리적 문제들로 이 중독의 문제는 환원된다. 그러나 치유는 정직한 자각에서부터다.


무엇이 정말로 문제였는가. 돈이 없어서, 인기가 없어서, 희망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직 자신이 없는 것만이 문제였다. 자신이 없어서 상위의 자신인 것만 같은 상태를 마법으로 빌려온 것이고 그 결과 더욱 실제적인 자신을 잃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니 더욱 크게 마법만을 꿈꿀 수밖에는 없게 된 것이고, 이것이 바로 중독의 상태다.


마법은 가장 자신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나는 분명하게 쓰고 싶다. 마법이 감옥 같은 상태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감옥에 가둔 그것이 마법이다. 마법을 꿈꾸면 꿈꿀수록 가장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은 현재의 자신이다. 너무나 꼴보기 싫을 것이다. 그러니 가장 부정되는 것도 현재의 자신이다. 자신이 욕망하는 마법적 정체성이 기준이 되어 현재의 자신은 끝없이 제한된다. 그 자유를 철저히 빼앗긴다. 마법의 추구로 인해 자유가 봉쇄당한 감옥의 고통 속에서도 또 마법적 해결책을 바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자신을 잃게 되는 방식이다.


자신은 비약될 수 없다. 자신은 언제나 현재의 그것이다. 현재의 그것인 이유가 있다. 뇌가 조금 미쳐서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어도 유기체는 미래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미래에 닿기 위해 현재의 그것이다. 나는 모두가 이것을 꼭 보아야 한다고 진심으로 간청한다. 온갖 마법에 중독되어 눈이 멀고, 귀가 멀고, 말도 잃은 자신이 지금 몸부림치고 있다. 꿈틀거리며 어떻게든 미래에 닿기 위해 미친 마법들과 홀로 싸우고 있다.


나는 현재의 자신을 더는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간청한다.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살기 위해 간절한 이 몸부림과 동행하며 누구보다 강력한 자신의 지지자가 되어달라고 진심으로 간청한다. 마법적 정체성이 아니라 이 현재의 자신의 편에 지금 바로 서달라고, 무조건적으로 서달라고 더욱 간청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는 자신을 잃었다는 것을 자각한 이가 이제 자신을 바로 찾고자 하는 그 동기다. 어디 멀리서 잃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찾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다. 지금 잃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의 대가가 검을 버리듯이 진짜 마법의 대가는 마법을 버리고 대신 그 손으로 자신을 붙잡는다. 바로 찾았다. 이제 놓지 않을 것이다. 대가(代價)없이 언제나 자신의 편에 사는 일,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대가(大家)의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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