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17

"열일곱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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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흠뻑 젖은 방부목의 색,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색이다. 완벽하다. 라임색 오일스테인을 칠하든 다른 방법을 생각하든 이 색을 내고 싶다.


나는 내가 왜 빈티지한 색감을 선호하는지, 또 반대로 빨강, 파랑, 노랑의 장난감 공장에서 갓 나온 듯한 원색을 선호하지 않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사물들에게서도 인간의 삶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통칭해서 이제는 '눈물을 머금은 색'이라고 부를 것이다.


인간을 키우고 숙성시키는 것은 눈물이다. 그의 삶을 정직하게 한결같이 살아온 인간이 풍기는 시간의 향기는 그가 아무도 모르는 눈물로 그의 가슴을 적신 만큼이다.


스즈키 선사는 모든 깨달음의 안에는 눈물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완벽하게 동의하며, 부연하고 싶다. 그 눈물을 머금은 색의 형체가 인간 자신을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내부의 가구들과 선반들을 칠하고 있다. 속살처럼 착한 색이다. 그러니 외부의 나무들은 한껏 눈물을 머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면 무엇이 대체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가 분명해진다. 사람들은 울지 않으려고 하지만, 실은 그 눈물이야말로 그들 자신을 지켜줄 수호색이다.


인간의 외로움과 아픔을 아는 공간, 이것은 내세우지 않을 근간이다.


그걸 아는 만큼만 인간은 성숙해진다. 그 색이 짙어지고 향기롭다.


저도 모르게 비에 흠뻑 젖어가듯이, 인간의 외로움과 아픔을 이해하는 눈물에 사람들의 가슴이 자연스럽게 젖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면 좋겠다.


창문 너머로 들여다본 풍경에는 그렇게 아주 착한 눈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열일곱째 날 나는 가슴에 또 머금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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