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37

"서른일곱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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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간에 달린다.


큰 성취를 통해 작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이 아니다.


큰 아픔 속에서도 작은 숨을 이어가는 것이다.


나는 왠지 빨강머리 앤이 그런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이 날조되었어도 괜찮다. 이것을 기회삼아 창고에 먼지만 쌓여있던 퍼즐액자를 꺼내와 이 공간에 배치했다. 앤과 다이애나가 함께 자작나무숲을 달리는 그림이다.


어떻든 간에 달리다보면 장면은 지나간다. 친구도 만나게 되고, 함께 쌓은 시간은 무르익어간다. 머리 위로는 분명 태양이 비추고 있을 것이다.


가슴의 빛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른 카페에서 포토존 오브제로 쓰던 거울을 구입해왔다. 마음의 거울이라고 스티커로 붙여놓을 것이다.


이 거울에 비치는 것이 당신이 아니라, 모든 것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는 이 거울이 바로 당신이라고 궁색하게 설명도 옆에 써넣을 것이다. 무슨 현대미술작품 설명문처럼.


거울 안에 담긴 빛이 더 반짝여 보인다.


가슴 안에 맺힌 눈물 같다.


그 눈물을 떨구기 위해 달려가는 우리의 뒷모습이 늘 내면의 거울 속에는 비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거의 빨강머리 앤과 달려라 하니를 착각하고 있는 기분이다. 착각을 기회삼아 요리보고 조리봐도 알 수 없는 둘리 인형을 하나 사고 싶다. 최규석 작가님이 묘사한 둘리의 모습처럼 낡은 코트와 캡모자를 씌운 뒤 거울 앞 나무벤치에 앉힐 것이다. 사람들이 함께 앉아 사진을 찍어도 좋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거울 앞에서, 거울 안에 담겨 있다.


눈물이 투명한 것은 마음이 다 투명하게 비추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담긴 것들을. 이해되고 싶던 그 진심을.


모든 심리테라피의 원형은 역시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보는 활동이다.


차라리 거울 옆에 거울테라피라고 써놓고,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심리치유적 활동을 안내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떻든 간에 작은 숨을 또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른일곱째 날에는 특히 숨쉬는 일이 좋았다. 숨을 쉼으로써 공간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거울 속에는 그 갸륵한 빛들이 가득하게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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