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째 날"
숲속에 달이 떴다.
광야였으면 40일로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숲이라 한정없이 깊다. 바라보며 의지가 될 것은 달이다.
푸른빛의 달이라 지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세계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 같다.
잘 알려진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을 이세계의 버전으로 조금 바꾸어 읽어본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스스로 변화될 수 있도록 놓아주는 평온함을.
그리고 그 둘을 다 사랑할 수 있는 깊은 이해를.
지금 그렇게 일하고 있다. 한 개인의 일하는 방식은 그가 살아가는 인생의 함축판과도 같으리라. 정확히는 그렇게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결국 삶에 대해, 삶에게서, 삶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내 뜻을 내세우지만, 그 뜻이 좌절되고 더 크고 멋진 그림의 뜻이 다가오기를 동시에 기다린다. 그런 감각이다.
또 다른 상담실의 천장에는 아무 것도 없이 담쟁이덩굴을 가득 올렸다. 그렇게만 내세워두고 기다리고 있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더 큰 그림 속에 분명해지며 사랑스럽게 떠오를 그 순간을.
마흔째 날에도, 갈수록 더 깊은 숲속에서도, 지구가 그리운 이세계에서도, 나는 결국 같은 것만을 해가고 있는 것이다. 삶에게 가르쳐달라고 청하고 있다. 그게 내 삶이었다. 덩굴 사이로 달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