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47

"마흔일곱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다음 주에 지붕에 올라가 조명과 인조식물 그리고 간판을 달면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된다.


정확히는 이제 이 공간은 시작이고 내 역할이 마무리된다는 것이겠다.


즐거웠고 여름의 축제는 이제 황혼이다.


나는 사람들이 축제처럼 살고 싶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이제 이해할 것 같다. 그리고 축제를 끝내지 않고자 역할을 계속 붙잡으려고 한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가 자식에게 계속 부모이고자 하고, 선생이 학생에게 계속 선생이고자 하며, 연예인이 옛 팬들에게 계속 연예인이고자 한다. 반대의 경우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끝나버린 축제를 잊지 못한다.


역할은 축제를 위해 만들어진 장치, 그러나 축제가 끝난 후에는 한귀퉁이에 방치될 솜사탕기계와 같은 것이다. 동전을 넣고 음악과 함께 기계를 가동시킨다고 축제의 순간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돌아온 것은 음악이다.


이제는 마음의 멜로디가 된 그 기억이다.


꽃향기가 난다.


오래된 주크박스에서 스완 다이브의 앨범 같은 것을 재생하면 축제의 기억을 밤하늘로 송별하기에 좋을 것이다.


꽃향기가 밤의 공기 속에 흩어져 널리 퍼진다.


나는 아마도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역할이 산산이 흩어지는 그 끝에야 마음은 전해진다는 것을.


우리가 첫키스를 나눈 것은 축제의 마지막 밤 그 끝에서였다.


꽃향기가 났다.


꽃배달이 시작된 것이다. 성대하고 분주한 역할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온 꽃가마로부터 꽃향기들이 달려나갔다.


그러한 정경을 담은 대형 테라리움 박스를 솜사탕기계처럼 설치하며 마흔일곱째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주크박스의 멜로디가 여름밤의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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