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째 날"
방주에 동물들이 가득 들어왔다.
너무 예쁘다.
파포, 슐라이히, 컬렉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해서 동물마다 각기 다른 브랜드에서 구매할까 생각도 했었다. 공룡 스태츄라면 프라임원과 사이드쇼를 중심으로 일단 선택이 쉽다. 사이즈가 작은 것은 만롱당, 본심남개, 리보, 파포에서 용이하게 영입할 수 있다. 핵심은 얼마나 조형의 동세가 멋지고 디테일이 살아있는가다.
그러나 방주에 들어올 동물들을 그러한 기준으로 살펴보기에는 무엇인가 아쉬운 부분이 있어 아직껏 결정을 늦추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정확하게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함께 마음공부를 해나가는 아름다운 마음의 모험가 한 분이 선물을 하나 전하고자 오후에 찾아오셨다.
포장을 풀자마자 등장한 나무곰인형은 즉각 내 가슴을 사로잡고야 말았다.
이 인형 하나를 고르기 위해 쓰게 되었을 것이 분명한 그 정성어린 시간의 향기가 가득히 배어나왔던 까닭이다.
조화로움, 바로 그것을 살피고자 얼마나 섬세하게 마음을 썼을 것인가.
그 섬세한 사려깊음만큼이나 나무곰인형은 이 공간의 사물들과 즉각적으로 어울렸다. 한 번도 서로를 떠나본 적이 없는 아주 오랜 친구들 같았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선물을 고르는 법, 그것은 마음을 곱게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 표현 자체에는 물론 어폐가 있다.
마음은 엄청 섬세해서 원래 곱게만 써진다.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힙한 척하려는 자기의 생각만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그러면 아무 것도 몰라도 자연스럽게 조화로움을 찾아가고, 또 실현해내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대충 해도 조화미가 넘쳐나는 삶이라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경지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과 자신의 존재가 무척 잘 어울리게 존재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삶의 달인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 수 있는 현실을 그리며 이 공간을 만들고 있지 않았던가.
선물과 함께 찾아온 것은 바로 그 자각이었다.
좋은 선물은 언제나 그 선물에 담은 고운 마음을 전한다. 그 마음이 실은 진짜 선물일 것이다.
이 공간과 아주 잘 어울릴 나무로 만든 동물피규어들을 사려고 마음을 먹으니 일사천리였다. 훌륭한 매물이 바로 눈에 들어오고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는 2시간만에 신속히 이루어져 부랴부랴 동물들이 입장했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는 고민도 할 필요가 없었다. 가장 완벽하게 조화될 자리는 이미 이 공간에 준비되어 있었다. 입장한 동물들 스스로가 그렇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없는 것 같아 늘 외로움을 느끼고 소외감을 경험하며, 나아가서는 어떠한 열등감에 휩싸여 결국에는 자신을 미워하고 색안경을 낀 채 세상을 원망하게 되는 속상한 현실이 대체 왜 생겨나는지를 나는 언뜻 이해할 것만 같았다.
조화로움을 향해 마음을 곱게 쓰기보다는, 자기의 생각을 통해 억지로 자기를 중요한 존재처럼 끼워맞추려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그렇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아주 작은 단 하나의 조화로움만 회복된다면, 모든 것은 다 돌이킬 수 있다.
아주 작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곱고 섬세한 단 하나의 마음이 바로 지금 자신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이제 그 마음이 가장 거대한 모든 것으로 피어난다. 주위의 모든 것을 다 변화시켜간다. 마음에는 그러한 힘이 있다.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힘이.
모든 것은 작은 선물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이 공간에 존재가 충만해졌다.
마흔여덟째 날, 나는 이러한 것이 정말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기적이라고 불러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