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째 날"
가오픈!
가게 앞에서 꽃을 나누어드렸고, 많이들 구경하러 와주셨고, 기다렸다며 말씀들을 전해주셨다.
주변 카페들에도 찾아뵈며 인사를 드렸고 반가움의 온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 거리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좋은 이웃이고 싶다.
대단한 이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당당한 자기의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전혀 아니다. 지금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함께 어울리고 싶다고 고백하기 위해 온 것이다.
아래층 음악연습실을 하시는 사장님이 선물을 전해주러 오셔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포스트록을 하셨다고 한다. 밴드 이름도 여쭈었다. 포스트록, 드림팝, 슈게이징, 슬로코어, 새드코어, 나에겐 늘 엄청나게 정겨운 이름들이다. 사춘기를 지켜준 정말 애정하는 장르다.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예전에 이아립 언니와 같은 레이블에 계셨다는 말도 들었다. 차후에는 여기에서 매주 공연을 주최하고 싶어서 인디포크 뮤지션들 소개를 부탁드렸다. 지인이나 후배분들과 연결가능하다고 하셨다. 나는 거의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다.
같이 마음공부를 해가는 모험가들이 도와주러 오셔서 꽃을 들고 거리에서 함께 미소를 전하고 있었다. 기타도 치며 라면도 먹었다. 어떠한 설렘이 분명 이 공간의 안팎에 가득히 머물고 있었을 것이다. 그 공기를 따라 공간에 놀러오신 분들의 모습을 보면 설렘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낭만의 속성이 그러하리라.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거기에 낭만이 있어서다.
이 공간의 키워드를 한 마디로 한다면 단연 낭만이다.
특정한 활동으로서의 예술을 하는 것이 굳이 아니라도, 삶을 예술적 감수성으로 살아갈 때 낭만은 피어난다.
이러한 낭만은 사람이 어떤 것을 사랑하는 정도와 관계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 거리를 사랑하는 만큼 이 공간은 우리가 속한 거리에서 하나의 낭만의 성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결국 이 공간은 우리가 이 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그러고 싶다.
몇 번이라도 다시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거리에서 사랑받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이 거리를 사랑하고자 왔다.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이유다. 사람이라는 그 존재방식 자체가 낭만이다.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는 지구에서의 낭만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사람으로 이곳에 왔다.
마흔아홉째 날, 그러한 사람의 삶을 가오픈했던 것이리라. 사람으로 사는 일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