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52

"쉰두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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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여름이 끝나갈 즈음에야 더욱 새삼스럽다.


명엔딩으로 꼽히는 『러프』의 엔딩장면에서 몇 페이지 전의 장면이 나에게는 더 기억에 남아 있다.


"젊음이란 좋구나. 차도 채여도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오니까. 뜨거운 계절이 말이다."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사라질 것이 아름다운 이유도 분명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 또 살아질 것이기에 그것은 아름답다.


또 볼 수 있기를 그리며 너를 보내는 꿈은 아름다운 꿈이었고, 그게 인생이었다. 지금보다는 한 30년쯤 후에 말해봐야 어울릴 말이겠지만, 이 여름밤의 평상 위에서는 시간도 가속되는 듯하다.


여름밤에 가만히 앉아 있어보는 이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씩은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은 시간을 초대하는 일이다.


잃어버린 시간들이 다시 돌아온다.


저 별빛처럼 나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여행해온 시간이 이제 이 여름밤의 하늘 아래 도착한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나는 못내 그립기만 했다.


여름밤은 분명 이 그리움으로 가득찬 시간이다. 모기향 냄새조차 정겹다.


서교동에서 여름밤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나는 이 공간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있어보니 정말로 그렇다. 나른하기도 하며, 그러다가 명상적인 고요함에 잠기기도 한다. 시간들이 돌아오는 소리를 듣는다.


대단한 것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지만, 나를 조금 더 찾은 기분이다.


괜히 우쿨렐레 줄이나 튕겨보며 말할 수 없는 어떤 공기에 젖어들어간다. 여름밤이리라.


이 시간도 다시 돌아오기를 약속하며 쉰두째 날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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