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53

"쉰셋째 날"

by 깨닫는마음씨


IMG_1126.jpg?type=w1600



오늘로 가오픈 기간이 끝났다.


내일 지붕 위에 필요한 작업들을 하고 일요일에 마지막 점검을 하면 이제 다음주부터 정식 오픈이다.


지금껏 무엇을 준비했는가를 묻는다면 결국 공간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심리학적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음이라는 것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공간이다. 그렇게 마음이 꽃으로 피어날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었으나 나는 안다.


이 소망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소망임을.


공간(space)은 사람으로 완성된다.


우주(space)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있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사람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그 빛과 향기가 다르다.


공간은 완벽한 것이지만, 사람은 그 완벽함보다 큰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있으면 계속해서 다름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예전에는 다름을 틀림이라고 말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자꾸만 틀림을 다름이라고 우긴다. 그러나 틀림과 다름도 애초 다른 것이다.


미로 안에서 막힌 길은 다른 길이 아니라 틀린 길이며, 처음부터 미로로 들어가지 않는 길은 틀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다.


류시화 님이 번역한 잠언시집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는 인생을 다시 돌이킬 수 있다면 "덜 생각하고 더 많이 느낄 것을."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지금 알고 있는 걸 지금 사는 일이 역시 좋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지금은 모르더라도 지금을 그렇게 사는 일이다.


모름을 사는 일. 적어도 우리는 이 공간의 운명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다만 살고자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돈 버는 법을 아는 이는 없으며 "저렇게 하면 안되는데."라면서 혼자 세상 다 아는 척하는 비지니스의 천재들도 없다.


심리상담사들이 운영하는 공간이라고 멋있고 우아한 것처럼 말은 하지만, 실은 다들 조금씩 찐따인 이들일 뿐이다. 사회적응이 좀 어렵고,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며, 그러한 관계의 긴장을 감추고자 뭘 좀 아는 양 허세나 부리려 하는 평범한 선천성 찐따들이 이 공간을 운영한다.


자기 안의 어떤 헛점, 어떤 채워지지 않는 부족한 여백을 의식하고 있는 이를 찐따라고 부른다.


결국 자기 안에 공간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이름인 것이다.


말했듯이, 공간은 사람으로만 완성될 수 있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을 만나고 싶어 찐따들이 만든 여기 이 공간이다.


나는 우주 자체가 바로 그러한 곳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우리가 조금 더 친해진 뒤에 말하기로 하겠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단 하나다.


수피시인 루미의 시를 조금 변주해서 인용해본다.


"여기에 꽃과 라면과 만화가 있으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만약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쉰셋째 날, 우주의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이 우주에 와주었던 이가 바로 당신이었음을 가득 그려본다.




IMG_1127.jpg?type=w1600


작가의 이전글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