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째 날, 그리고 마지막 날"
나는 하나의 인생을 살았다.
인생의 작은 한 부분을 산 것이 아니다.
55일이 통째로 하나의 인생이었고, 나는 그 인생을 충실하게 다 산 뒤 이제 떠나는 것이다.
다 바쳤고, 정말로 멋진 꿈을 살았다.
『100일 후에 죽는 악어』라는 만화를 본 이가 있을지 모른다. 나도 55일 후에 죽는 에일리언이었다. 키린지의 노래는 인생곡 중의 하나다. 특별히 이 인생을 위한 곡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에서야 알게 된다. 과거도 미래도 다만 이 영원한 지금을 위해서만 준비되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55일간 지금만을 살았다.
지금에 내 자신을 다 주었고, 지금만을 그리워했다. 한순간도 지금이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하나의 인생은 잘 살아진 것이리라.
잘 가게도 될 것이다.
곡의 가사처럼 에일리언이 꿈꾸는 것은 달의 뒷면이다. 지금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베어물고 이 별의 이 외진 곳에 마법을 걸고자 한다. 나의 거리라며,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그러니 나는 그냥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돌아가는 것이다.
이 연작글의 마지막에서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해야 한다.
또 영원한 고향을 향할 것이다.
또 다른 지금을 살 것이며, 또 다시 '지금'을 그리워할 것이다.
이제 지구는 가슴 안에 있다.
방주를 타고 달로 떠나는 에일리언들에게는.
이 거리도, 뜨겁던 여름도, 작은 숨결들도, 이제는 전부 이 가슴 안에 있다. 그러니 떠날 순간이다.
쉰다섯째 날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삶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잘 묘사해보고자 했는가. 삶에 관해 조금이라도 정직하게 증언할 수 있었는가.
내가 한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가게 홍보가 아니라 삶을 실시간으로 노래하고 싶었다.
삶은 정말로 멋진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누릴 기회를 얻었다.
그런 우리의 이름은 인간이다.
그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다시 찾기를 꿈꾸며 우리는 인간을 향해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간다.
이곳은 그러한 인간의 공간이었으며, 이제 뻗어갈 새로운 덩굴의 줄기다. 그 운명을 알 수는 없지만 이 거리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그러니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그가 주변의 것들과 잘 어울리고 그것들을 사랑하고자 손길을 뻗고 있는 한 정말로 다 괜찮을 것이다.
나는 55일간 인간에 대해 그런 것들을 배웠다. 세상에 없던 인간이라는 것이 왜 있게 되었는지를 배웠다.
인간이 될 수 있어 행복했던 에일리언이었다.
시절의 꿈과, 시절의 낭만을 뒤로 하고, 하나의 인생이 돌아간다.
그리울 것이다.
세상에 없던 그 빛은 지금 내 가슴 속에 있다.
긴 여정을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