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미안해하는 그대에게

"태양과 꽃과 방아깨비와 바위의 이야기"

by 깨닫는마음씨



언제인가 스즈키 선사가 그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대는 왜 그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미안해합니까?"


그대가 특별하게 다자이 오사무의 환생도 아닐텐데, 그대는 왜 부단히도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대는 그대의 부모에게서 거절당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집단따돌림의 아픔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천애고아로 박복하게 살아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잘살던 집이 망해서 밑바닥으로의 추락을 맛보았을지도 모르고, 불행한 사고로 건강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대 스스로가 보기에 자신의 외모가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르고,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한 현실이 너무나 좌절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이유에 대해, 그대가 그것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대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대여, 그 짐은 너무 무거운 짐이다.


그대 때문에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그대가 그 모든 것을 망친 나쁜 사람이라고, 그래서 태어나선 안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그 죄책감의 짐은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짐이다.


그대여, 짐이 참 무거우니 잠깐 쉬어서 가보자.


그리고 땀을 닦으며 하늘을 한번 봐보라. 태양이 떠 있다. 그대 주변에서 들리는 바람에 휘감기는 소리에 문득 그대의 시선은 풀숲을 향한다. 꽃이 피어 있다. 수풀 사이로 작은 형체가 톡톡 튀어 움직인다. 방아깨비가 있다. 그대는 이 모든 것을 넓적하고 튼튼한 바위 위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다. 바위가 있다.


태양과, 꽃과, 방아깨비와, 바위는 존재한다.


태양과, 꽃과, 방아깨비와, 바위처럼, 그대도 똑같이 존재한다.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그 촉촉한 물기도 그 모든 것과 똑같이 존재한다.


그대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어도, 아무리 형편없어도, 태어난 것만으로 잘못이어도, 그대는 그 모든 것과 똑같이 존재한다.


누구도 그대가 존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세 보이는 그대의 죄책감조차도 그대가 존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대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사실이다.


그대여, 사실이라는 표현의 가장 정확한 의미는 이러하다.


'허락된 것'


그대만 빼고 다 알고 있다.


그래서 태양과, 꽃과, 방아깨비와, 바위는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허락되어 있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대도 알고 있다.


그대가 존재하는 것은 허락되어 있다. 도무지 아낌없이 허락되어 있다.


그러니 그대여, 미안해하지 마라.


그대가 주인공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이 세상은 연극이고 그대는 그 연극의 등장인물이라고 해보자.


그대가 이미 그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은, 그대가 그 연극의 무대 밖으로 추방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대는 저주받은 괴물처럼 소외되지 않았다. 그대는 잘못해서 놀이터에서 쫓겨난 나쁜 아이가 아니다.


그대는 이 세상에 던져졌다. 바로 그렇게 그대는 이 세상에 끼워졌다. 이것은 레고블록과 같다. 그대와 세상이 딱 끼워맞춰질 수 있는 조각으로서 만나진 것이다.


그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처럼 그대는 세상과 딱 맞는 온전한 조각으로서 이미 허락된 것이다.


그대와 세상이 이루는 것이 바로 미장센이다. 그대는 가장 완벽한 미장센을 살려내는 가장 온전한 조각이다.


즉, 그대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명배우다. 명배우는 생생하게 살아냄으로써 생생하게 살려내는 이다. 그대가 있어 그 모든 장면은 살아난다. 감동을 자아낸다.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이 세상이 연극이고 그대가 그 연극의 등장인물이라면, 그리고 그대를 이 무대 위에 보낸 감독과 같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이는 이와 같은 그대의 명배우로서의 소질을 이미 꿰뚫어봤을 것임에 틀림없다. 살아냄으로써 살려내는 재능, 곧 삶의 재능이라는 가장 보석같은 재능을 가진 그대에 대해, 그이는 누구보다도 열광적인 팬일 것이다.


분명하게 그이는 그대에게 반했을 것이다. 그대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그대의 이야기를 자꾸자꾸만 보고 싶어서, 또 보고 싶어서, 그대를 이 세상에 보냈을 것이다. 그대 앞으로 살짝 밀어보낸 크고 작은 사건들을 완벽한 장면으로 살려내는, 또 살아내는 그대를 보며 함께 울고 웃고 싶어서, 그대를 이 세상에 보냈을 것이다.


그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울 것이다.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아도, 대본조차 주지 않아도, 그 모든 연기를 가장 자유로운 애드립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대를 바라보는 일만이 사는 낙일 것이다. 그대만이 전부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부인 이, 그것이 주인공이다.


그대가 그래서 주인공이다.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라, 그대여.


태양처럼, 꽃처럼, 방아깨비처럼, 바위처럼, 그대도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그대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담당한다.


이 우주에서 가장 기적 같은 사실을 담당하고 있는 그대다.


그러니 더는 미안해하지 마라, 그대여.


그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미안함이 아니라, 우리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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