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온 심리학 #7

"세계의 끝에서 유성우가 내리던 날"

by 깨닫는마음씨




너를 잃은 자리에서는 언제나 유성우가 내렸다.


그리고 매일매일 재생된다. 그 장면이. 그에 대한 생각이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네가 떠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내가 그걸 못해서 이 모든 것이 끝나게 되었던 것일까? 혹은 너는 정말 나를 사랑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매일매일을 반추하고 또 반추한다.


대체 누구의 잘못인지만이라도 명쾌하게 알았으면 한다. 그러면 편해질 것 같다. 범인을 찾기 위해 아주 작은 단서라도 찾아 사고를 반추하고 또 반추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반복된다. 늘 똑같은 의문과 늘 똑같은 결론이.


어떤 회로가 생겨났다.


이제 유성우는 모두 그 폐쇄된 회로를 따라서만 흐른다.


뱅글뱅글 돈다. 돌고 또 돈다.


어지럽다. 지친다. 그럼에도 이 술래잡기를 멈출 수가 없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하루 종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끝내는 계속하고 싶은 것과 그만두고 싶은 것 사이에서 분열된다.


그 분열의 간극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언제나 망상의 가스다. 그 유독함에 중독되어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 모두가 나를 비웃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나를 엿먹이기 위해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내 스마트폰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뇌 안에는 나를 조종하기 위한 나노머신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이것은 머릿속에서 별들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 상태.


몹시 화난 상태이며, 그 화가 접촉되지 않음으로써 분열적 증세들이 생겨나있는 상태다.


화는 정신질환의 주요한 요인인가?


우리는 그렇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정확히는 매일매일 화를 반복하는 회로가 만들어진 경우가 그러하다. 이것은 탈출구가 없는 미로 같은 것이며, 사람을 미치게 한다.


별들이 쳇바퀴를 돌 회로를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나는 이 세상이 끝났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성우의 물꼬를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어느 지면에도 접촉[충돌]되지 않고 공허한 쳇바퀴만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세계의 멸망을 피하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매일매일 세계의 멸망을 되돌리고자 하는 리와인드의 장면만이 반복해서 상연되고 있던 것이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가상으로 구현된 구원의 시나리오를 끊임없이 편집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너를 잃었기 때문이다.


너는 세계의 전부이고, 내 목숨이었다.


내 생명과도 같은 너를 잃었기에 나는 화가 아주 많이 났던 것이다.


하늘에서는 유성우가 내렸다. 세계를 끝장내기 위해. 너 없는 세계 따위는 이미 존재할 가치도 없기에.


그러나 실은 믿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네가 나를 향해 웃어줄 것이라고, 그 희망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유성우를 보류시킬 회로를 만들었다. 아직은 멸망할 수 없다. 네가 나를 다시 찾아줄 그 기적의 순간을 끝까지 기다려볼 것이다. 그렇게 매일매일의 시간을 멈추어두고자 해보았다. 불가능을 망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실연한 이, 단지 그것으로 정의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실연으로 인한 화의 역사. 우주적 종말을 위한 대서사시. 섭씨 36.9도의 모든 끝.


그러나 장대한 역사로 시작되기 전에는 더 단순했을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실연한 이.


단순하게, 가슴이 아팠다.


유성우가 떨어진 곳은 내 가슴, 너를 사랑한 만큼 아픔의 진동은 울려퍼졌다.


이 아픔만큼 나는 내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사랑에 대해 배우고 있던 것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아픔이 없다는 거짓말에 속아, 나는 가슴이 아픈 일이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나의 잘못 혹은 너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랑을 위협하는 그 이유라고 생각했다.


유성우가 지면에 충돌하지만 않으면 모든 잘못은 사라지고 네가 나에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유성우를 돌리고 너를 돌이킬 회로를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아픔은 잘못이라는 말에 속아, 아프지 않기 위해 차라리 한 바퀴를 돌아 미쳤다. 시간을 멈추며, 제자리에서 홀로 반복만을 했다.


사랑이 앞으로 이끌고 있는 동안에도.


사랑의 모든 아픔은 성장통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이 아니라, 그 사랑으로 부쩍 나아가고 싶은 것이다.


사랑에 대한 심대한 오해는 사랑을 대상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랑은 특정한 사랑의 대상을 획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사랑을 잃었다는 생각도 생겨난다.


사랑의 진실은 우리는 사랑에 대해 배워갈 수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사랑에 대해 배우고 있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사랑에 대해 배우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대상을 잃어 사랑도 사라진 것처럼 굴고 있다면 그것도 사랑인가?


사랑의 아픔은 우리 자신이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사랑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 여기 이렇게 생생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게 사랑의 성장통은 다시 또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배우게 해준다.


하늘에서 내리는 유성우와 함께 하나의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것이다.


사랑이 창세해간다.


유성우를 머리에 넣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회로에 가두지 않고, 스트레이트한 최단거리로 나의 가슴을 직격하게 둔다면, 가슴이 아프다.


새로운 세계가 지금 잉태된 것이다. 별의 씨앗으로.


"끄으으. 이런 것이 마음이구나. 그래 이것이 '내' 마음이야. 이제 남에게 넘기지 않고 내가 받아들일거야. 소중한 내 마음. 이 무게. 이 아픔. 내가 있는 그대로 다 품어줄거야. 끄아악."


손짓발짓으로 호들갑을 떨며 삼류연극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끄으으. 이런 것이 아이로구나. 그래 이것이 '내' 아이야. 이제 남에게 넘기지 않고 내가 받아들일거야. 소중한 내 아이. 이 무게. 이 아픔. 내가 있는 그대로 다 품어줄거야. 끄아악."


아이를 잉태한 뒤 이렇게 쇼를 하는 엄마도 있던가?


사랑은 전시하지 않는다. 과장된 쇼의 소재가 아니다. 쇼라고 해도 그것은 나만을 향해서만 내밀하게 펼쳐지는 우주쇼다.


유성우는 고요하게 내려와 내 가슴의 지표에 충돌한 뒤 가장 깊은 가슴의 핵을 진동시킬 뿐이다.


별이 다가와 별을 깨운다.


너도 별이라고.


사랑의 항로를 따라 먼 곳으로 사랑의 여행을 떠날 네가 바로 별이라고.


지표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유성이다. 오래된 세계에서 새롭게 태어난 별이다.


세계는 멸망한 것이 아니라 별을 남겼다.


내가 사랑했던 너는 나를 남겼다.


툭툭 털고 일어나 또 사랑하기 위해 경쾌히 길을 나서는 것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사랑을 배워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의 뒷모습, 사랑이 앞으로 이끌며 쏘아올린 새로운 유성의 궤적.


그래서 너를 잃은 자리에서는 언제나 유성우가 내렸다.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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