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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Feb 29. 2024

세상에 없던 마음공간을 만들어보자 #1

"첫째 날"




  인간에게 충분히 필요한 것은 쉴 공간과, 자유로운 호흡과, 마실 물이다.


  적절히 은유하여 밤과, 음악과, 술이라고 해보자.


  다시 또 축약하면 이것은 삶의 축제다.


  인간에게는 축제가 필요하다. 그 자신을 위한.


  그 자신의 삶을 스스로 축하할 수 없을 때 축제는 집단광란이 된다. 무아(無我)가 아니라 망아(忘我)를 꿈꾸며 도취는 넘실거린다.


  나는 니체를 무척 좋아하지만 걸어야 한다면 하이데거의 숲길을 걷고 싶다. (실은 니체도 그랬을 것이다.)


  열광된 카니발이기보다는 친근한 성당에 들어가는 그 기분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비로우면서도 친밀한 장소.


  이웃집 누미노제.


  오전의 일거리를 마치고 쪼르르 숲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설렘이 향하는 곳.


  나에게는 그것이 마녀의 숲이다.


  목재로 된 이층집이 있고, 아니 더 정확히는 커다란 나무의 줄기를 타고 그 위에 얹힌 듯한 수직적 높이의 공간이 있고, 그 안에는 오래되고 영롱한 사물들이 정확한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재봉틀도, 피아노도, 또 약초를 끓이는 커다란 냄비도 사람을 위해 오랜 시간 쓰이며 스며든 온기를 머금고 있다.


  어쩌면 낡은 테이블 위에는 방금 읽다가 둔 듯한 책의 페이지가 펼쳐져 있을 수도 있고, 소박한 흔들의자에는 갓 뜨고 있던 니트모자가 올려져 있을 수도 있겠다.


  마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우리를 위해 대단히 사려깊은 누군가가 그곳에 분명 있었던 것 같은 그 흔적, 그 향기로도 모든 것이 충분할 것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반드시 우리의 편으로 존재한다고 이유없이 확신될 수 있는 그 누군가의 느낌.


  나는 그런 느낌을 내고 싶은 것이다. 이 공간에.


  그 느낌으로 이 공간을 새롭게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이다.


  착한 마녀의 숲.


  이것은 동화책의 제목이 아니라, 내 가슴 어딘가에 맺혀있는 눈물의 이름이다.


  나는 가장 고운 그 눈물의 형태를 몹시 사랑한다.


  바로 이 눈물을 위해 축제는 열리는 것이다. 하나의 고백으로서.


  이제는 나도 내가 태어난 일을 기뻐해도 되겠냐고.


  착한 마녀의 숲은 언제나 그 화답으로 존재한다.


  실체없이, 다만 자신의 삶을 이제 꽃처럼, 나무처럼, 종달새처럼, 긍정해보고자 하는 이를 향한 커다란 긍정의 미소로만 숲의 마녀는 존재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지 그런 존재방식을 묘사하는 것뿐이다.


  이 공간에 들어서는 이들이, 너무 낯선데 또 너무 반가워서 눈동자에 그 순수한 생기의 빛을 되돌릴 수 있게 된다면 너무 기쁠 것이다. 공간의 조도를 엄청 낯추려는 이유는 그렇게 지상에 내려와있는 별빛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도 실시간으로 구상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어떻든 핵심적인 주제는 신비롭고 친밀한 마녀의 숲이다. 호빗마을 같은 느낌이나, 중세유럽의 저잣거리 같은 느낌도 함께 섞일 것이다.


  물론 돈이 없어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되는 것만은 분명하게 될 것인데, 그것은 무엇인가.


  세상에 없던 경험.


  세상에 없던, 마음이 쉴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 아름다움을 지속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공간의 경험.


  공간에 입장한 이들이 들어올 때보다 분명 조금은 더 마음이 환하게 피어 나갈 수 있는 착한 마음공간이 될 것이다.


  이제 첫째 날이지만 아주 많이 되어갔고, 마음은 벌써 다 이룬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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