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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01. 2024

세상에 없던 마음공간을 만들어보자 #2

"둘째 날"




  우리 집에는 이층침대 2개와 캣타워 2개를 다리로 연결해놓았다. 고양이들은 신난다.


  사람도 신이 나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즐거워지지 않을까. 어렸을 때 방의 가구들을 재배치해 비밀기지를 만들어본 이라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높이감이 있어야 리듬이 생긴다. 흥이 생겨난다. 삶도 그 색이 분명하고 생생해진다.


  오늘은 이곳에 여러 층위의 높이감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테이블 의자에 앉을 수도 있고, 평상 위에 앉을 수도 있으며, 벙커의 아래로 숨어들어가거나, 사다리를 타고 그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어떤 자리를 택하든 이곳은 내 자리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아늑하게 감싸인 공간을 구성하려 한다. 고양이와 상자크기의 관계성 같은 것이다.


  고양이는 높이감을 좋아하는 생물이다.


  고양이의 천성은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리듬을 탈 줄 아는 것이다.


  리듬(rhythm)의 어원적 의미는 '흐르다'이다. 어떠한 높낮이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서지 않고 계속 흐를 수 있는 이, 우리는 그러한 이를 삶의 대가라고 부를 것이다. 멋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고양이에게서 정말로 참조해야 할 것은 멋있게 사는 방법이다.


  이곳은 멋있는 공간이고 싶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자신을 더욱 멋있는 사람으로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결국 고양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 공간은 고양이를 닮은 세 명의 여성들이 운영하게 될 것이다. 평범한 듯 신비롭고, 무심한 듯 따듯한 사람들이다. 마녀가 아니라 마녀의 소중한 고양이 같은 이들이라고 말하면 좋을 것이다.


  조금씩 구성되어가는 공간을 보며 그녀들이 설렐 수 있다면 나는 아마도 잘 가고 있는 것이리라.


  고양이가 설레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자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눈이 휘둥그레진다.


  둠칫둠칫 몸을 리드미컬하게 흔들며 돌격의 자세를 취한다.


  이제 우리가 고양이처럼 신나서 흐를 시간, 그 묘(猫)한 공간을 그리고 있던 둘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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