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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02. 2024

세상에 없던 마음공간을 만들어보자 #3

"셋째 날"




  이 공간에 입장했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장소, 주방 바쪽에 아주 힘을 주려 한다.


  목재와 석재를 적절히 활용해, 판타지물에서 자주 묘사되는 길드의 모험가 접수처처럼 만들 계획이다.


  취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든 우리 모두는 다들 자신의 삶을 여행하는 모험가들이다. 이 삶의 모험가들이 잠시 들러 쉴 수 있고, 자신의 모험담을 다른 이들과 얘기나눌 수도 있으며, 또 지난 자신의 모험을 음미하며 성찰해볼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라면 아주 좋겠다.


  바테이블 위에는 작은 스태츄를 배치해 미니드래곤들이 날아다니는 그림을 연출하고 싶다. 연필을 들고 장부기재를 돕거나 컵을 세척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마녀의 파밀리아의 모습이다.


  더 많이 식물들을 배치해 숲의 형상을 우거지게 한다든가, 요소요소에 위트있는 소품들을 놓아 신비한 느낌을 더욱 살린다든가, 대충만 떠올려봐도 앞으로 할 일은 많다.


  "당신이 바로 이 정도의 사람입니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이 말이 실감나게 전해지도록 할 일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할 말이란 오직 그 하나의 말뿐이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아주 거대하고 신비한 자기 자신의 면목을 다시 찾도록 돕는 일.


  어떤 소재의 일로든 나는 그 일만을 해왔다.


  사람이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약하고 못나고 불쌍한 존재처럼 만들기 위해 발악을 할 때, 나는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약한 우리가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일 용기를 냄으로써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식의 말이 아니다.


  약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약한 적이 없었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은 참된 용기다.


  사람이 자신의 온전함을 자신의 것으로 바로 갖는 것, 이것은 참된 용기의 쓰임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모험가인 것이다.


  용사다.


  약한데 용기를 통해 강해지는 것은 용사가 아니다. 그건 도핑의 약쟁이일 뿐.


  처음부터 자기 자신으로 존재했다는 그 사실 위에 정직함의 힘으로 서있는 이가 진짜 용사다.


  뻥튀기 마법만을 난무하는 음흉한 마법사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용사는 대접받아야 한다.


  다치고 지친 아서왕이 호수의 요정 비비안을 찾았듯이, 용사들을 위해 마녀의 숲은 존재한다.


  공주침대처럼 용사침대라고 임의적으로 명명한 특급의 자리에도 힘을 확실히 줄 것이다. 벨벳 커튼이 쳐진 2층의 공간 속에서, 등불과, 레몬그라스의 향기와, 커다란 쿠션에 그 몸을 맡겨 쉬고 있는 용사에게, 맛있는 먹거리와 음료는 도르래로 편안히 제공될 것이다.


  용사의 연인이 함께해도 아주 넉넉한 특급의 2인석이다.


  말했듯이, 용사는 대접받아야 한다.


  이 공간을 귀하고 좋은 것으로,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곳으로 알아본 용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직한 용사들의 쉼터, 대충 그런 꿈도 펼쳐 보았던 셋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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