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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05. 2024

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2nd #6

"여섯째 날"



 

  외부로 열리는 정면의 창문과 높이 및 폭을 맞추어 안쪽에도 틀을 짰고, 이제 오늘 미닫이문을 달았다.


  미닫이문의 안쪽으로는 스크린이 설치된다.


  스크린에서는 계절마다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 재생될 것이다. 즉, 미닫이문을 열고 그 내부에 어떤 정원이 있는 느낌을 연출하려는 것이다.


  건물의 정면창을 통해 바라보면 안쪽에 다시 또 창이 있고 그 안에는 또 다른 바깥세계의 풍경이 흐른다.


  햐안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가 다시 그 안에서 검은 토끼를 따라 수상한 나라로 가는 것이다.


  말은 대단한 것처럼 하고 있지만 이 기믹이 얼마나 느낌있게 작동할지는 그러나 불확실하다.


  결과물이 조악하고 유치하다면 그냥 커다란 스크린 앞에 다같이 앉아 보노보노 극장판이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예전의 8비트 패미콤 게임기를 연결하고픈 생각도 갖고 있다. 레트로한 감성만 있지 재미가 떨어진다면 PS2 정도로 해서 그 시절의 위닝일레븐을 즐기면 어떨까.


  게임팩과 만화책, 소년잡지와 피규어, 성우 드라마 CD가 널려 있는 작은 다다미방 위에 괜히 라무네와 돼지모기향 거치대도 갖다 놓고 싶어지는 어떤 풍경. 그 어떤 향수. 그 어떤 몽글한 실재감.


  그런 서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이미 충분하게 수상한 나라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놓인 혼재된 어느 경계.


  바로 상담이 이루어지기 딱 좋은 공간이다.


  마음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며, 그 사이공간을 구현한 곳을 우리는 상담소라고 부른다.


  이곳은 좋은 상담소가 될 것이다. 여섯째 날에도 신뢰는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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