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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05. 2024

세상에 없던 마음공간을 만들어보자 #6

"여섯째 날"




  당근에서 피아노를 나눔받았다.


  어머니가 쓰시던 피아노라고 한다. 아주 곱다.


  너무 예쁜 옛시절의 영창피아노이고 이곳에 정말 잘 어울린다. 어떤 중요하고 소중한 마음이 꽉 채워진 기분이다.


  설렘은 결국 그리움이다.


  그리움을 특정한 시점이나 대상으로 소급시키지 않고 미지를 향해 열어두면 설렘이 된다.


  우리가 그런 일을 실제로 경험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왠지 그런 일이 우리에게도 있었을 법한 정경.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 어떤 것.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버리고 갈 수밖에 없었던 피아노를 어른이 되어 어느 숲속의 공터에서 발견했을 때, 그리고 왜 그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지 도저히 불가해한 샹들리에의 빛이 어린 시절 조각칼로 새긴 내 이름을 선명하게 비추고 있을 때, 그 순간 우리가 느끼게 될 그 어느 감각을 나는 묘사하고 싶다.


  아니 정확히는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 연주하고 싶다.


  거대한 신비 속으로 들어가 신비와 하나되고 싶다.


  삶의 경외감.


  이것만이 늘 우리를 새롭게 하는 새로운 것이다.


  경외감은 그 한자어로 된 표현만큼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완결되어 닫힌 구조를 살짝 비틀어 열어내는 것, 그리고 그 사이로 살짝 자유의 바람을 불어오게 하는 것.


  말하자면 경외감은 위트다.


  장난기어린 것이다.


  구니스나 인디아나 존스에서 또는 레고 해적선 시리즈에서 자주 보던 장면을 나는 또 하나 구성하려고 한다.


  빈티지한 보물상자들과 소품들도 구해놓았다. 어두운 데서 희미한 빛을 내는 야광해골도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2층에 위치한 용사의 침대 아래 자리를 지하감옥처럼 만들 것이다. 문도 구해놓았다. 철근으로 된 쇠창살만 달면 이것도 거의 완성이다.


  굳이  자리를 사용하려는 이가 없을 때는 대체로 내가 들어가 앉아 있을 생각이다. 빈티지 타자기를 옆에 소품처럼 두고 글이나 한참 쓰고 있을 것이다. 왕국의 안전에 위협이 되어 투옥된 반사회적 예언자처럼. 혹시라도  밖에서 부르는 이가 있다면 포츈쿠키처럼 무작위로 마음에 대한 좋은 글귀를  안에 담은 금화초콜릿을 드릴 예정이다.


  놀고 있어야 마음이 행복할 수 있다면 놀고 있는 게 답일 것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다 마음이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다.


  마음이 행복하면 돈이 생기고, 밥이 생기고, 옷이 생기나?


  일단 아주 곱고 예쁜 피아노는 생겼다.


  요컨대 나는 거꾸로 하려는 것이다.


  어떤 소재를 얻으면 마음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보다는, 마음의 행복을 먼저 얻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행복이 설렘으로 그려낸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이런 나는 연주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삶이 나를 연주하고[놀고] 있던 것이다.


  여섯째 날, 그래서 오늘도 나는 행복했다. 내 삶이 나는 언제나 그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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