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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06. 2024

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2nd #7

"일곱째 날"




  이제 여기는 목공작업이 거의 다 끝나간다. 들창도 만들었고 새로 준비한 현관의 나무문도 이제 곧 달릴 태세다.


  이 공간의 주인들에게 물어보니 메뉴와 그걸 구현할 장비들의 구성도 끝났다고 한다. 남은 것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인지 젤라또인지에 대한 고민 정도다. 뭘 선택하든 하겐다즈 클래식밀크 맛과 비슷하면 된다. 바닐라는 아니 된다.


  주요 오브제가 될 벚나무 조화가지는 이미 구해놓았다. 분홍색과 하얀색이 적절히 배합된 꽃잎을 가진 이쁜 물건이다.


  공사만 마치면 바로 자기의 자리로 돌격해들어갈 아기자기한 빈티지소품들도 대기중인 듯하다. 이제 정말 막바지라는 것이 실감난다.


  소프트웨어 얘기를 해야겠다.


  커플상담이 메인아이템이다. 부담없이 커플들이 들어와 상대의 마음과 더 깊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조화된 도구가 있으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도구로 선택한 것은 모래정원 상자다. 작은 기구들로 모래의 형상을 정리해가며 그 위에 작은 돌과 유목 등을 배치해 자신만의 정원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다.


  이 모래정원 상자를 커플들이 자기 마음의 풍경을 묘사하도록 하는 일에 활용한다.


  그러나 모래놀이치료처럼 상징이나 심상의 분석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놀이의 형식을 창출해내고자 한다.


  마음공간에서 함께하는 마음놀이.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이다.


  물론 커플 사이에 문제로 경험되는 갈등상황이 있을 경우에는 예약을 받아 정규의 언어상담도 진행한다.


  그러나 마음이 실은 문화적 소재이며 우리는 마음으로 함께 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리고 펼쳐가는 것이 역시 마음공간의 주목적이 될 것이다.


  마음을 문제로서가 아니라 문화로 향유할 수 있는 현실을 향한 꿈으로 이 공간은 분명 가득 차있다.


  미래의 상담소들이 다 이런 성격의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꿈꾸는 것은 이제 봄이라서일까.


  벚꽃잎이 날릴 무렵엔 이곳도 활짝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일곱째 날, 이곳은 순수하고도 수줍은 분홍빛으로 이미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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