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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14. 2024

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2nd #10

"열째 날 이후로"



  제일 아름다운 색은 '어울리는 색'이다.


  그래서 색즉시공의 뜻은 다 부질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공하다는 것은 색하다는 것, 즉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모든 것의 공함을 발견한 자는 모든 것과 잘 어울린다.


  늘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모든 것의 시간과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예측불허로 펼쳐지는 삶의 상황들에 대한 유연성이며, 막힘없는 마음이다.


  그리고 당초의 계획과는 다른 예측불허의 것이 오히려 더 마음의 소망을 아름답게 실현할 수 있는 정확한 길로 이끌어준다는 사실에 대한 신뢰다.


  삶은 살아봐야 안다.


  색도 칠해봐야 안다.


  이 구체적인 삶의 장면에 정말로 어울리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하튼 상황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맥질 속에서 떠오른 것은 우유빛깔의 뽀얀 크림색과 오렌지톤의 오크색이다. 그것들이 이제 하나의 풍경이 되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연두색을 끌어들인다. 어닝이 되어 어서 오라고 먼 하늘로 프로포즈를 전한다. 그 만남이 무척 잘 어울릴 것이다.


  그때는 다른 것이 잘 어울렸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것이 잘 어울린다.


  이와 같이 시간 속에서 어울림을 연쇄하고, 어울림으로 무르익으며, 결국 나는 내 자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상담소가 만약 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한다면, 그 나라는 것은 분명 어울림의 풍경 속에서 찾아지리라.


  그렇게 이곳에서 우린 제법 잘 어울릴 것이라며 프로포즈를 전하고 있던, 열째 날 이후의 상담소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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