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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14. 2024

세상에 없던 마음공간을 만들어보자 #10

"열째 날 이후로"




  글보다 삶이 빨라진 순간, 나는 그런 순간이 정말 좋다.


  도저히 글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삶이 활공할 때, 그런 삶 위에 타고 있는 기분은 황홀하다.


  자유.


  마음은 언어의 주박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은 것이다.


  원래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려 했는지 그 기억도 까마득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계획을 초월한 더 멋진 것이다. 열째 날 이후로는 그 가속이 시작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말로 중세판타지에서 묘사될 법한 모험가길드에 입장한 기분이 든다.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블랙펄의 선내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떻든 깊은 숲이고, 항시 밤이며, 달이 주관하는 곳.


  신비를 노래하는 축제가 열리는 장소.


  그런 곳에서는 글보다 삶이 빨라진다.


  마치 채워지지 않은 어떤 부족분을 글로 보충하겠다는 듯이 의기롭게 펜을 그러쥐는 일보다는, 단순하게 하루하루가 충실하다. 여분이 없이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러니 잉여의 계산을 위한 생각도 작동을 멈춘다.


  돌아보면 과연 무엇을 했는가 떠올릴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나도 가서 그냥 아름다웠더라고만 말하리라. 왠지 천상병 시인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암튼 그렇게 삶이 많은 것을 펼쳐냈고, 나는 삶이 하는 아름다운 일들에 쓰임받으며, 또 이쁨받으며, 기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마음으로 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더 갈 수 있는 길이 많이 남아있어서, 수지맞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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