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노래 #7

"시간의 미아"

시간을 잃은 이들이

역사를 만들려 한다

그때 그 일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그때 못한 것을 지금 해서

바른 역사를 세우겠다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극복하고

언어로 만든 역사로

잃어버린 자신의 시간을

보상받으려 한다

시간을 잃은 이들이

그렇게 늘 역사에 쫓긴다

자신은 어떻게든

남들보다 잘나야 한다고

그래야 지금껏 살았던 방식의

자기 인생이 가치있는 거라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극복하다가

휘청이는 몸을 역사에 기대

잃어버린 자신의 시간을

실은 속상해 한다

그러나 그렇게는

영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늘 조금씩 진보해왔고

가장 좋은 것만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역사를 꾸며내는 동안

실시간으로

또 시간을 잃고 있어서다

역사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과거의 것들을 붙들던 그 손을

이제 놓고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시간을 붙잡는 것

이것만이 내 전부라며

지금의 시간을

지금의 시간으로

아주 오롯이 사는 것

한 번 놓쳤던

시간의 궤도 위에

이제 다시 올라섰다

그때서야 시간이

우릴 힘차게 안아올릴 것이다

망가진 장난감을 붙잡고 있던

그 손을 놓아야

가득 팔을 벌리고 있던

엄마의 품에 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