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숙명"
사람이든 고양이든 같다
다 사라질 것이다
다 사라질 것이라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다 자책에 파묻힌다
사랑하는 것에게
뭐가 가장 좋을지를
고민하고
그걸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사랑이라고 알아왔어서
늘 사랑의 실패자였다
그러다가 배우게 된다
사라짐을 기억하면
배움이 밀려온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같다
맛있는 음식도
포근한 잠자리도
재미있는 장난감도 아닌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당신이라고
그 말을 가슴속에서
숙명처럼 듣게 된다
다 필요없고
나만 있으면 되는 거였구나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는
나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는
숙명이 밀려온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나였다는 걸
그걸 눈치채는 일은
사랑
사랑
사랑
사라질 모든 것에게
사랑은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