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마법사전 #6

"매지컬 붓다"

by 깨닫는마음씨




우리는 이제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 중의 하나인 붓다가 어떻게 영원한 행복을 얻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붓다는 인생의 시작부터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믿는 것을 아주 많이 달성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단히 상위의 조건으로.


그는 그 특정한 조건들을 잃는 것이 두려웠다.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주던 그 모든 조건이 사라지면 자신의 행복도 끝장나지 않는가. 그래서 그는 행복을 영원히 유지하는 법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 여정은 긴 이야기로 묘사될 수도 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미로 속에서 방황하는 동안에는 많은 것이 복잡하게 생각되더라도 출구를 발견하게 되면 모든 것은 단순해지는 까닭이다.


자신의 행복을 상위의 조건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 조건들의 지속을 꿈꾸던 붓다가 결국 길의 끝에서 단순하게 만나게 된 것은 무척이나 소박한 우유죽이었다. 그러나 그 우유죽 한 그릇은 붓다에게 천상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조건으로 치자면 너무나 하찮은 조건일 수 있는 우유죽 하나만으로 붓다는 그리도 행복해졌다. 이내 나무에 몸을 기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을 경험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붓다는 발견한 것이다.


미로의 출구를.


행복은 무조건이라는 사실을.


인간은 어떠한 조건으로도 무조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모든 문제는 끝났다. 붓다는 더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허위들은 붓다 앞에서 산산이 무너져내렸다. 행복하려면 특정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한다고 말하던 그 모든 허위는.


더는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행복해지려는 길을 감히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행복하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 붓다가 그 자신의 삶으로 직접 증거함으로써 이 말은 진리가 되었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은 어떠한 조건이라도 지금 내 앞에 다가온 그 조건으로 나는 해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삶이 더는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는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경험하며, 자신이 살아 있다는 그 실감을 가득 느끼고 있는 그런 상태다. 이럴 때는 더 살고 싶어진다. 삶에 대한 절대적 긍정감으로 전신에 힘이 충만하다. 다시 또 조건이 달라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더는 두렵지 않다. 오히려, 한번 또 해볼까, 하는 모험심이 생겨난다. 내일이 진심으로 기다려진다.


인간은 지금 공존의 마법사다.


무조건성이라는 것은 이처럼, 아마도 이 우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간만 쓸 수 있을, '공존의 마법'을 통해 인간의 현실에 펼쳐진다.


지구는 어쩌면 불친절한 별이었을지도 모른다. 산소는 생명에게는 독이었다. 그러나 그 독을 오히려 에너지로 바꾸어내는 일에 성공함으로써 지구는 생명의 별이 되었다. 산소라는 조건과 공존에 성공한 생명의 쾌거다. 마법적인 일이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 생명성의 핵심을 위대한 유산으로 늘 상속받고 있어서다. 인간의 적응력은 단지 그럭저럭 살 만할 수준으로 적응하는 정도까지도 넘어선다. 화산 옆에는 온천을 만들어 즐기고, 눈이 가득 쌓인 계곡에서는 스키를 타고 내려오며 즐긴다. 더 큰 파도를 보며 떠올리는 것은 생존의 공포가 아니라, 저 파도가 얼마나 높은 하늘로 나를 데려가줄까의 설렘이다.


인간은 단지 환경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것을 넘어서 환경과 적극적으로 유희하는 방식을 창조했다. 이것이 붓다가 발견해서 전하고자 한 그 방식, 공존의 마법이다.


붓다는 공존의 천재였다.


그는 마음이 환경과 같다는 것을 완전하게 이해했다. 우리는 마음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인간은 환경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환경적 존재다. 환경과의 운명공동체다. 마음에 대해서도 그렇다.


차라리 마음을 날씨로 이해하면 아주 선명하다.


날카로운 번개와 함께 매섭게 폭우가 치던 날 붓다는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나의 벗이여."


푸른 하늘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던 아주 화창한 날에 붓다는 또한 말했다.


"우리 정말 오랜만이죠. 반갑습니다, 나의 벗이여."


매지컬 붓다, 어떤 환경적 조건이라도 반가운 벗으로 삼을 수 있던 이. 인류의 역사속에서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의 이름이자, 모든 인간 그 자신의 이름이다.


인간에게는 마음이라고 하는 그때그때의 날씨가 펼쳐지며, 현재의 그 날씨와 어울려 사는 일이 전부일 뿐이다. 그렇게 어떤 날씨로도 우리가 즐거울 수 있는 현실을 사는 일만이 행복의 전부다. 이와 같이 사는 이라면, 그는 영원한 행복을 얻는다. 어떤 조건도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조건으로도 그는 반드시 그 자신이 행복한 현실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행복에 대한 전부를 얻었기에, 그것은 영원하고도 완전한 행복이다.


나는 지금 가난하게 살면 마음의 행복이 찾아온다는 식의 정신승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조건을 성취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건 정신적 저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며, 우주의 시작 이래 그 저주가 사실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에게는 더욱 사실이 아니다. 인간은 왜 각기 다른 조건에서, 그러나 마법사라고 하는 동일한 창조의 본성을 갖고 태어나는가? 지금 바로 그 조건으로도 인간은 반드시 행복할 수 있다고 증거하고 싶어서다. 인간의 운명은 진실로 영원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통속적인 믿음에 비추어볼 때 조건이 그리 좋지 않은, 지금의 이 삶을 통해 스스로 확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깊은 진리를 탐구하는 모험가의 표상이다.


인간은 가장 심원한 진리를 향해 매일같이 이 삶을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그 진리가 있다.


"나는 무조건 행복해질 수 있어."


우리의 삶은 이 위대한 마법주문을 연습하는 일종의 마법학교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 삶은 통째로 다 진짜다. 진짜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복이 무조건적이라는 그 사실이 진짜이므로.


공존의 마법을 통해 진짜로 살아가는 일, 그것은 실존주의이며, 매지컬 붓다의 졸업장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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