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명품"
그대는 다 갖고 싶어한다. 사물도, 사람도, 조금이라도 그대가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은 어설프게가 아니라 전적으로 다 갖고 싶어한다. 100%로 그것을 다 소유해야 그대는 직성이 풀린다.
만약 1%라도 그대가 다 소유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그대는 도무지 가슴이 요동쳐서 견딜 수가 없다. 짜증나고, 화나고, 몸이 뜨거워 미칠 것만 같다. 그것은 마치 단 하루 동안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명품 아울렛 매장의 기획전에서 줄을 서있는 기분과도 같을 것이다.
그대 앞에서 재고가 떨어져 결국 그대가 원하던 것을 갖지 못하게 될까봐 그대는 몸이 달아오른다. 아니, 사실은 좀 더 근본적인 이유로 그대는 몸이 불타오른다. 그대만 가져야 할 것을 이렇게도 자기들 또한 갖겠다고 줄을 서있는 이 모든 무개념종자들에 대해 그대는 화가 치민다.
그대는 그것이 단지 명품이라는 이름값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들은 모르는 그것의 진가를 알아보고 이 자리에 와 있는데, 진정한 가치도 모르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그 가치를 남용함으로써 그것을 덧없는 헐값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대를 제외한 모든 구매자들이 집에 가는 길에 사고가 나 다들 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그대만 가장 귀한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유일한 이로서 그것과 오롯하게 사랑하고 싶다. 더, 더, 더 사랑하고 싶다.
이처럼 더, 더, 더의 끝까지 달려가 더없음을 꿈꾸는 소유욕 대장인 그대의 이름은 바로 예술가다.
그대의 눈에 들어온 것을 그대가 전적으로 다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그대는 사실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한정판이라는 사실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단 한 번뿐인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그대가 참으로 귀하게 본 것이 반드시 잃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까닭에, 그대는 그것을 잃는 것이 두려워 더욱더 완벽하게 소유하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대는,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깎고, 악보를 만들고, 책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며, 또한 연인의 집에 있는 숟가락의 갯수를 외운다. 그럼으로써, 반드시 잃어질 것을 영원한 형상으로서 포획하려고 한다.
그대여, 그러한 그대는 진실로 예술가다.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또한 이 세상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대는 이 모든 세상을 더없이 귀하게 보며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대의 품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간절하게 붙잡고자 하는 것이다. 그 모든 아름다움을 그대의 품 안에서 영원의 것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그대의 가슴은 마치 연금술사의 공방과도 같다. 그 안에서 요동치던 '덧없이'는 이제 '더없이'로 전환되어 반갑게 너울거린다. 같은 떨림이지만, 이제 그대는 그대의 가슴이 왜 떨리는지를 알고 있다. 그대가 제5원소인 까닭이다. 그대가 사랑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 그대는 진실로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이다.
그대여, 그대는 진실로 삶과 사랑할 줄 아는 이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양방통행이다.
삶에게도 그대가 덧없는 것이 아니라 더없는 것이다. 삶도 그대를 다 갖고 싶어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대를 잃는 것이 두려워, 매일매일 그대를 숨쉬게 하고, 쉬게 하고, 먹이고, 또 재운다. 그대가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그대를 전적으로 다 가지려 한다.
그대여, 그대의 몸이 바로 삶이다.
다 갖고 싶어하는 그대의 마음을, 그대의 몸은 언제나 이미 다 갖고 있다. 다 담고 있다.
그렇게 다 갖고 싶어하는 것이, 이미 다 갖고 있는 것에 담긴다.
가장 뜨겁게 품에 안고자 하는 이가, 이미 가장 뜨거운 품에 안겨 있다.
그래서 예술가는 동시에 예술이다. 삶의 예술가인 그대는 삶에게도 예술이다.
삶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보증하고 있는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명품이다.
"넌 다 내꺼야. 영원한 내 사랑."
그래서 이것은 그대가 해야 하는 말이 아니라, 그대가 들어야 하는 말이다. 늘 그대에게 고백하고 있던 삶으로부터 그대가 들어야 하는 말이다.
삶이 직접 영원의 것으로 그 형상을 빚어내고자 했던, 가장 귀한 한정판인 그대가 유일하게 이해해야 할 말이다. 더, 더, 더 이해해야 할 말이다.
그대가 바로 삶의 명품이다. 더없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