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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과 하느님의 마음 #3

"마음을 마중가다"

by 깨닫는마음씨



그대가 무엇을 하든 그대는 마음을 마중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아니라, 그대를 위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모든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마중가는 그대는, 실은 하느님을 마중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숨바꼭질을 하듯이, 하느님을 찾아가려 하는 그대를 술래로 둔 채 조용히 숨어있지 않습니다.


그대가 하느님을 마중가고 있다는 소식이 다정한 바람을 타고 들릴 때면, 하느님은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것만 같던 그 어디에서라도 맨발로 뛰어나와 그대를 향해 달려가십니다.


그래서 그대가 하느님을 마중가는 것은 동시에 하느님이 그대를 마중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가 자전거를 타고 강둑길을 달릴 때, 그 길의 끝 어딘가에서 웃고 있는 그대의 얼굴이 문득 그려진다면, 그대는 마음을 마중가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하느님이 그대를 마중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가 맛집을 찾아 주문을 하고 식탁에 앉았을 때, 그 식탁 위로 행복해하는 그대의 얼굴이 문득 그려진다면, 그대는 마음을 마중가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하느님이 그대를 마중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가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할 때, 가로등이 비추는 노란빛 사이로 포근한 그대의 얼굴이 문득 그려진다면, 그대는 마음을 마중가고 있는 것이며, 동시에 하느님이 그대를 마중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가 하는 일은 전부 다 이처럼, 그대가 하느님을 마중가고, 하느님이 그대를 마중가고 있는 일입니다.


그대가 있는 그 어디에서라도 그대의 웃는 얼굴이 그려지며 그대에게 기쁨이 떠오를 때, 그것이 바로 그대를 보고 기뻐하시는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그렇게 모든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마음을 마중가는, 곧 하느님을 마중가는 놀라운 일을 펼쳐내고 있는 그대를 보고 기뻐하시는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드디어 당신을 알아본 그대를 만날 수 있어 기뻐하시는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그대를 만나는 일만이 당신의 유일한 기쁨인 하느님의 모든 기쁨입니다.


이처럼 그대가 바로 하느님의 모든 기쁨입니다.


이것을 선(禪)이라고 합니다.






이아립 - 마중 가는 길
밤이 보슬비에 젖는다
그리움이 세상을 적신다
웬일인지 그 소리가 다정해
한참을 서서 가만히 듣는다
가만히 가만히 들어보다
한 방울 두 방울 세어본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마중 가는 길
앞산에 피어난 꽃들이
봄소식 전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내 방안엔 찬 바람 불어오는
한겨울만 같아
으스스 한기에 차를 내려
한 모금 두 모금 홀짝이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마중 가는 길
언제라는 말도
어디라는 말도 없이
마중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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