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불확실한 그대에게

"확실한 미래"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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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대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너무나 먼 타인이었다. 그 사람마저 그럴줄은 몰랐다. 그런 척 하며 죄다 그대로부터 이득을 챙기기 위해 가식적인 쇼를 하고 있는 것처럼만 보인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모든 것이 다 의심된다. 그대는 기댈 곳 하나 없는 혼자다. 불확실함 속에 홀로 내던져 있다.


그대여, 그러나 나는 그대의 그 상태를 축복이라고 말해야 한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말하듯이,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대는 지금 오래된 저주를 끊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대를 너무나도 아프게 했던 바로 그 저주의 대지를 떠나려 하는 참이다.


그대가 불확실함을 느낀다는 것은, 그대가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것이 반복될 때만이 예측할 수 있다. 같은 고통이 반복될 때만이 예측되는 삶을 살 수 있다. 즉, 예측되는 삶은 그에 수반하는 고통으로 가득하다. 확실성이라는 언어의 마법에 걸려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을 차마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 그렇게 그대는 가득 고통받아왔다.


졸려서 눈이 감길 때, 바늘로 그대의 손 끝을 찔러보라. 고통은 반드시 그대의 눈을 뜨이게 한다. 눈을 뜨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그대의 눈이 뜨일 때, 그것을 지혜라고 말한다. 지혜는 그대가 얻어야 하는 심오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그대가 눈을 뜬 상태를 말한다.


눈을 뜬 그대에게 세계는 턱없이 넓게 느껴진다. 삶은 더없이 깊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대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아, 불확실하구나."


그대여, 이처럼 지혜는 불확실성을 만든다. 불확실성은 지혜의 결과다. 지혜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미래는 바로 그 선물로 인해 개방된다.


모든 것이 반복되기만 하며, 따라서 모든 고통이 반복되기만 하던 그 확실한 저주의 대지로부터, 이제 그대는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대지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그대는 믿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잃은 것이 아니다. 그대는 얻은 것이다. 새로운 대지 위에서 새로운 그대를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새로운 그대라고 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곧 그대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고통은 지혜를 깨우고, 지혜는 불확실성을 드러내며, 불확실성은 새로운 미래를 그려낸다.


그대여, 그래서 나는 그대의 그 상태를 축복이라고 말해야 한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말하듯이, 그렇게 그대의 오랜 고통이 멎고 그대가 자유로운 날개를 펼쳐 새로운 하늘로 날아오르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대가 바로 그런 존재라는 것은 모든 불확실성 속의 유일한 확실성이다.


그러니 그대여, 더는 불확실성 속에 뱅글뱅글 도는 머리를 감싸쥔 채 절박한 마음으로 붙잡을 지푸라기를 청하며 시름하지 말라. 그대를 오랫동안 아프게 했던 고통이 이제야 멈추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또 다른 고통으로 바꾸어 즐기려 하지 말라. 그것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던 그대의 서러운 습관이다.


그대는 오랜 고통만큼이나, 그대의 이 오랜 습관을 그대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대가 한동안 계속 딸꾹질을 하다가 그 딸꾹질이 멎었을 때 느끼게 되는 그 미묘한 서운함, 그것이 바로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그대는 자신의 성질을 눈치챈 것이다.


그대는 딸꾹질인가, 아니면 딸꾹질을 하는 존재인가?


딸꾹질은 예측가능하지만, 딸꾹질을 하는 존재는 예측불가능하다. 즉, 그대라는 존재는 원래 불확실한 존재다.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으로 가득찬 존재다. 그것이 그대의 성질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딸꾹질로 그대가 자신을 딸꾹질이라고 착각해왔기에, 그대는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 또한 잃게 됨으로써 점점 더 자신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대는 믿을 수 없는 자신 대신에 믿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것들을 의지하려 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끝내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는 모든 것의 불확실성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대여, 이제 그대는 눈을 떠 이해한다. 확실한 것은 그대뿐이다. 그대라는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것이다. 그대가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이 사실만이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다. 그렇게 그대는 모든 불확실성 속의 유일한 확실성이다.


그대가 미래다.


그대로 인해 유일하게 가능한 미래다. 그대가 없으면 생기지 않을 것, 그것이 미래다.


그대는 우리의 미래다.


확실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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