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심리학 #14

"마음의 섭식: 포즈의 중요성"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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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먹다."


이 우리말 표현은 정말로 예술적인 표현입니다.


마음을 하나님이라고 은유할 때, 결국 하나님이 우리에게 매순간 당신을 먹이신다는 표현은 사실 하나님의 사랑을 묘사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에게 당신을 먹여, 그렇게 없이 계신 하나님이 되면서까지도, 우리를 있이 만들고 계시는 것입니다. 없이 계신 하나님이, 있이 계신 하나님을 만드는 셈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당신의 이름처럼 진실로 우리와 '하나'이고 싶어 하시는 것입니다.


조금 덜 낭만적이게 이 "마음을 먹다."라는 표현을 이해한다면,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나를 얻는지를 묘사하고 있는 실제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음은 그 마음을 먹음으로써 내가 됩니다. 그러한 마음이 그러한 내가 됩니다. 단순한 예로도, 우리는 특정한 자신의 모습을 실현하고 싶을 때, 그러한 마음을 먹음으로써 그러한 나를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이가,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듯, 마음이 나를 있게 해줍니다. 많은 음식들을 먹어 그 양분을 통해 멋진 우리가 될 수 있듯이, 마음은 분명 섭식물입니다.


선(禪)적인 표현에서, 달을 보니 내가 달이다. 그래서 달은 뜨지도 지지도 않는다, 등과 같은 은유적 진술이 발화되는 것은, 이와 같은 마음에 대한 섭식의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음은 타자이면서, 동시에 나라고 말하는 진술이 역설적으로 성립되는 이유 또한 마음이 섭식물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마음을 타자로만 보거나, 마음을 나로만 보는, 절반의 관점들은 섭식의 어려움을 낳습니다. 마음을 안먹게 되거나, 마음을 과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조금 어렵게 표현하자면, 마음과의 탈동일시만도, 그리고 마음과의 동일시만도 섭식의 문제를 낳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어려운 섭식의 문제는 이제 그 다음에 발생합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균형있는 양분을 섭취하여, 보다 멋진 우리의 포즈(pose)를 이룰 것인가?"


포즈, 소위 말해 인생의 '짜세'는 중요합니다. 그것은 와꾸고, 가다고, 진짜 가오이자 간지입니다.


오늘날, 유튜브와 SNS가 성행하는 이유는 다 이 포즈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은 더 멋진 포즈를 학습하고 또 전시하는 장입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더 멋진 포즈의 양분이 될 마음들이 끝없이 밀려듭니다. 우리는 마치 가장 멋진 나를 실현할 수 있는 거대한 지도를 갖게 된 것처럼 가슴이 부풉니다. 어느 곳부터 먼저 탐험을 할까 시종일관 설렙니다. 디즈니랜드의 자유이용권을 끊고 정문 앞에 서서 하게 되는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리고 이내 점점 더 밀려드는 마음들 앞에서 행복은 빠지고 고민만이 남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제대로 계획을 짜서 섭식을 하지 않으면, 멋진 나를 얻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아 너무나 고민이 됩니다. 고민만 하다보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게 되어 더욱 고민이 됩니다. 인생 뭐 있어 그냥 가는거지, 라며 무작정 뛰어들어도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실시간으로 고민이 됩니다. 고민 때문에 어떤 놀이기구도 사실 재미있지 않습니다. 남들 보기에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재미있는 척 웃고 있는 것도 힘듭니다.


이러한 일은 결국 정보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마음에 대해서도 자신을 정보주체로 착각하고 있기에 생겨나는 일입니다.


곧, 우리가 정보처리기계처럼 살아가며, 매순간 다가오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야만 할 것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이토록 마음이라고 하는 것을 어렵게 경험하며, 마음에 치이고, 그로 인해 지치게 되는 것입니다.


아주 쉽게 말해서, 우리가 마치 '마음을 처리하는 기계'처럼 살고 있기에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기계이기 때문에 섭식의 어려움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경우,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일은 기계에서 인간으로 회복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그저 포즈(pause)를 걸면 됩니다.


처리과정을 잠깐 보류시켜서 멈추어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해하게 됩니다. 물밀듯이 밀려오던 마음은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우리 앞에 차려지고 있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하던 고민은 결국 디너파티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우리가 다 먹어치워야 할 것 같아 하던 고민입니다. 남기면 마치 500억의 벌금을 내기라도 하는 양, 또는 요리사가 식칼을 들고 나와 우리를 죽이기라도 하는 양,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기라도 하는 양, 억지로 꾸역꾸역 그 음식들을 먹으며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걸려 힘들어하던 바로 그 고민입니다.


먹고 싶지 않으면 먹지 않아도 됩니다.


배부르면 먹지 않아도 됩니다.


심지어는, 배가 고파도 먹지 않아도 됩니다.


이 마음의 식탁은 오로지 우리만을 위해 차려지고 있는 식탁입니다. 곧, 우리만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기 위한 식탁입니다.


우리가 꾸역꾸역 어떻게든 더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먹고 있기에 음식들이 계속 차려지는 것이지, 음식들을 먹지 않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마음의 섭식으로 인해 실현되는 나는, 되고 싶은 이가 되는 자유이지, 되어야만 하는 과제가 아닙니다.


이 음식들을 서빙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삶입니다. 삶은 우리에게 음식 많이 먹기 내지 빨리 먹기의 과제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과제처럼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이를테면, 마음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면 깨달은 이고, 마음을 더 빨리 먹을 수 있으면 심리학 마스터라는 식의 과제를 만들어, 그에 따라 우리가 더욱 음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기에, 또는 그렇게 행위하고 있기에, 삶은 그저 우리가 원하는대로 음식들을 우리 앞에 가져다주고 있을 뿐, 우리를 소화불량에 걸리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 포즈(pause)를 거는 이유는 더 많은 과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화장실과 같이 더 단순하고 긴밀한 필요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포즈를 겁니다.


이처럼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을 섭식하는 일,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마음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 이것이 포즈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포즈의 중요성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포즈(pose)는 사람다운 포즈입니다. 사람은 마음을 먹으며 사는 존재입니다. 곧, 마음이 사람을 만듭니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정확히 이루어지는 마음의 섭식이 가장 멋진 우리의 포즈를 만듭니다.


포즈(pause)가 포즈(pose)를 만듭니다.


결국 포즈(pause)는 삶과의 대화와도 같습니다.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또 필요하지 않은지를, 서버인 삶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것입니다. 혼자 고개를 숙인 채 꾸역꾸역 과식하며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삶과 소통하며 행복한 만찬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소화되지 않는 것이 곧 고통입니다.


이 말은 다시 이렇게 표현됩니다.


소통되지 않는 것이 곧 고통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불통의 고통은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생겨납니다. 곧, 해야만 하는 과제의 당위에 빠져 있을 때 불통의 고통은 생겨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 포즈(pause)입니다.


그것을 먹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먹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 개방되면, 그것이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지 아닌지 또한 자연스럽게 확인됩니다. 그리고 이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먹게 됩니다.


바로 그렇게, 자신이 들고 있던 디즈니랜드의 자유이용권을, 아이의 생일날 티켓을 구하지 못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아빠가 된 이의 황망한 품에 묻혀 서럽게 울고 있는 아이에게 건넨 뒤, 자전거를 타고 강둑길을 시원하게 달려가는 이의 포즈(pose)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포즈입니다. 가장 성대하게 차려진 만찬입니다. 마지막까지 우주의 가슴에 가장 아름답게 새겨질 '짜세'입니다.


그것은 와꾸고, 가다고, 진짜 가오이자 간지입니다.


마음을 잘 먹은 사람의 아름다움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심리학은 마음을 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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