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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Jul 15. 2019

답답해하는 그대에게

"여름은 깨달음의 계절이다"



  그대는 작고, 좁고, 얕고, 짧고, 낮다.


  졸렬하기 이를 데 없고, 조잡하기 비할 데 없다. 소심의 제왕이며, 쪼잔의 아바타다.


  그래서 그대는 답답해한다.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스스로의 존재감에 힘들어한다. 자기 자신이 감옥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이 답답함이 그대의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자연법칙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동쪽에서 뜬 해가 서쪽으로 지듯이,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뉴턴의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이, 그대의 비루함은 이러한 자연법칙과도 같다. 그대는 피할 수 없으며, 막을 수 없다. 변화시킬 수 없다. 이것은 운명적인 자연법칙이다.


  그리고 자연법칙처럼 그대에게도 여름이 온다. 운명적으로 그대에게도 여름이 온다. 그대는 피할 수 없으며, 막을 수 없다. 변화시킬 수 없다.


  그대여, 불가피하게 그대에게 닥쳐온 여름은 그대에게 알리고자 한다.


  지평선 끝에서 하늘까지 태산처럼 솟아 있는 뭉게구름은 그대에게 알린다. 태산을 모두 담은 뒤에도, 그 태산을 감싼, 태산보다 더 넓은 파란 공간까지 가득 담아내도 넘칠만큼 거대한 그대 가슴의 크기를.


  보도블럭 위에서 조우한 작은 초록빛의 방아깨비는 그대에게 알린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짓밟거나 상처주지 않으려 주위를 섬세하게 보듬는 그대의 섬세한 시선을.


  저녁의 강둑을 붉게 적시는 노을은 그대에게 알린다. 그대의 심장에 깃든 고요한 열정과, 뜨겁게 사랑을 꽃피울 순간을 기다리는 그대의 착한 인내와, 그대 눈빛의 무량한 깊이를.


  푸른 신록들 사이로 우렁차게 합창하는 매미들은 그대에게 알린다. 낮은 땅 속에서 자라난 노래의 신성함을 이해하는 그대 귀의 그윽함을.


  오래된 담벼락 위로 한들한들 고개 젓는 해바라기는 그대에게 알린다. 님이 아니면 다른 것은 안된다고, 오직 님뿐이라며, 조용하게 속삭이는 그대 긴 사랑을, 그 투명한 미소를.


  아스팔트에 남은 열기는 저녁의 산들바람이 되어 그대에게 알린다. 아픔 속에서 달구어졌다가 식혀지며 정련되어 가는 그대 중심의 든든한 심지를, 그 어여쁜 형상을.


  우레와 함께 세차게 대지를 때려대는 장맛비는 그대에게 알린다. 스멀스멀 등 밑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그대 자신도 추산하지 못할 웅장한 떨림을, 그대가 대체 누구인지를 말하고자 하는 그대 영혼의 그 벅찬 절규를.


  그대여, 자신 안에 갇혀 답답해하는 그대여.


  그대는 여름이어야 한다. 그대는 불가피하게 여름이어야 한다. 그대가 여름인 것은 불가피하다.


  아다치 미츠루는 그의 걸작 만화인 『러프』에서 이렇게 전한다.






  그대가 어떠한 자신의 모습에 갇혀 있든 간에, 그로 인해 어떻게 고통받고 있든 간에, 그대에게는 여름이 온다. 그대를 살아내게 하는 계절이 온다.


  그대는 또 살 수 있다. 그대는 다시 자유로울 수 있다.


  여름이 그대에게 닥쳐온다. 여름이 그대를 뜨겁게 흔들고 간다. 그럼으로써, 여름은 그대가 누구인지를 다시 기억하도록 한다. 그대의 크기와, 그대의 깊이와, 그대의 너비와, 그대의 질량과, 그대의 부피는, 정확하게 여름의 그것과 같다. 그대의 존재감은 언제나 광활한 푸른빛의 여름하늘만큼이다.


  여름은 그대가 그대의 존재를 정확하게 재볼 수 있게 해주는 척도다. 여름은 그렇게 그대를 다시 기억하는 계절이다. 여름은 깨달음의 계절이다.


  그대여, 그저 여름이 되어, 여름을 살라. 불가피함을 불가피함으로 그저 받아들이라.


  이것은 자연법칙이다. 불가피한 자연법칙이다.


  그대는 자연법칙이다. 그대가 이 뜨거운 햇살 속에서, 끝없는 하늘만큼의 존재라는 사실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이다.


  그대는 누구에게도 가두어질 수 없는, 심지어 그대 자신에게조차도 가두어질 수 없는 위대한 자연법칙이다.


  그대여, 여름의 폭우처럼 외치라. 그대의 이전에, 그대의 이후에,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그대라는 위대한 사실을 목청껏 외치라. 그대가 누구인지를 거센 빗소리처럼 울리게 하라. 그 울림으로 그대 가슴을 때려대고, 그대 자신을 흔들어대라.


  그것이 여름이다. 다시 찾아온 계절이다. 그대가 가장 자유로운 그대를 다시 찾는 계절이다.


  그대는 결코 피할 수 없으며, 막을 수 없다. 변화시킬 수 없다.


  그대 자신이라는 존귀한 운명을.




Goo Goo Dolls - Stay With You
These streets
이 거리들은
Turn me inside out
날 혼란스럽게 해
Everything shines
모든 것이 빛나더라도
But leaves me empty still
여전히 난 공허함을 느껴
And I'll, burn this lonely house down
난 이 외로운 나만의 집을 불태울거야
If you run with me
네가 나와 함께한다면
I'll stay with you
난 너와 함께할거야
The walls will fall before we do
우리 앞에 선 벽들은 스스로 무너져 내릴거야
Take my hand now
이제 내 손을 잡아
We'll run forever
우리는 영원히 달려갈거야
I can feel the storm inside you
난 네 가슴 속의 폭풍을 느낄 수 있어
I'll stay with you
난 너와 함께할거야
Wake up this world
이 세상에서 깨어나
Wake up tonight 
오늘밤 깨어나
And run with me
나와 함께 달려가
Run to me now
나에게 달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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