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하는 시선 #56

"똥이 무서워서 피한다"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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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점잖은 선비처럼

커피잔을 들고

초탈한 미소로

총총 사라져간 너는


도망간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도망간 것이다


너는 똥을 무서워한다


네가 먹은 밥이

네 안에서

똥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을 무서워한다


네가 먹은 영웅이

네 안에서

깡패가 되어 나오고


네가 먹은 정의가

네 안에서

독재가 되어 나오고


네가 먹은 지식이

네 안에서

사기가 되어 나오는


당연한 현실을 무서워한다


그렇게

결과로 나와있는

네 모습을

무서워한다


똥처럼

꼴보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무서워한다


무서워하는 너는 오늘도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진정한 너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믿으며


네 자신으로부터

열심히 도망가는 중이다


네 자신을 들고


네 자신을 퍼트리기 위해


똥을

세상에 퍼트리기 위해


그러한 너는 사실

똥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양손에 똥을 묻혀 잼잼하던

너를 보고 어쩌면

네가 당황하지 않도록

웃어주었을지도 모를

너의 자상한 엄마처럼


너에게 부드럽게 미소짓는

엄마를 보고 어쩌면

엄마가 똥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엄마의 순수한 아이처럼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서로가

좋아하는 걸

무서워 피하니

힘든 삶이겠다


서로는 피하는 걸

서로 대신에 남에게

이 똥을 좋아해달라 하니

더 힘든 세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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