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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Jul 17. 2019

행복하고 싶은 그대에게

"행복불감증"



  그대는 진실로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소망은 소망하는 것의 부재를 의미한다. 행복을 소망하는 그대에게는 현재 행복이 없는 것만 같다. 그대는 행복하지 않은 것만 같다. 행복으로부터 영영 소외되어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어떻게 행복해지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대의 말문은 막힌다. 그것은 마치,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의 맛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 대답해야 하는 것과 같다. 난감한 일이다.


  여기에 역설의 문제가 있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어쩌면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그 음식을, 그대는 어찌도 그리 열렬하게 소망할 수 있단 말인가. 얼굴도 한번 본 적 없는 이웃나라 왕자님을 어찌도 그리 강렬하게 소망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그대는 이미 행복을 얻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대는 지금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대는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 그렇게 오늘도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대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그대 자신이 실감하며 느끼지도 못하는 행복은 없는 것과 같다고.


  그대여, 그대의 말이 옳다. 그대는 언제나 현명하다. 그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대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대의 문제는 행복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대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대는 바로 행복불감증이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로고테라피라고 하는 실존상담의 한 분파를 창시한 빅터 프랑클은 불감증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불감증은 쾌락의 성취를 목표로 놓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고.


  쾌락은 자극에 의한 반응이다. 그런데 현재 만족을 주는 반응을 계속 얻기 위해서는 늘 더 큰 자극이 주어져야만 한다. 모든 자극-반응의 현상에는 둔감해지는 역치(threshold)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쾌락을 지속적인 목표로 성취하려는 움직임은 언제나 기존보다 더 큰 노력을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그 수고에 상응하는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늘 불만족스러워진다.


  불만족스러워서 매사에 짜증이 난다. 늘 화가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 착한 그대는 어떻게든 화를 내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억누르다보니 무기력해진다. 우울이 찾아든다. 우울이 만들어내는 정체된 공기가 싫어서, 그대는 즐거운 반응을 제공할 자극들을 찾아내 이를 더 격하게 소비한다. 그렇게 휴일 내내 유튜브 먹방 화면을 응시하며, 그대는 이미 멍해진다.


  이른바, 불감증의 악순환이다.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쾌락반응을 목표로 삼아 집착하며 이를 끝없이 성취하고자 하는 현상을 바로 도착증이라고 부른다.


  이 도착증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목표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까닭에, 그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더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 모든 자극은 고통으로 바뀐다. 이렇게 고통만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목표에 대한 추구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에, 결국 몸은 처절하게 힘들어지며, 혹사된 몸은 이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불감증은 도착증의 필연적인 결과다.


  불감증은 도착증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행복불감증은 행복도착증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행복하고 싶다고 말하며,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행복불감증을 호소하는 그대여, 그대는 어찌하여 행복도착증에 빠지게 되었는가?


  도착은 집착이다. 그리고 모든 집착은 반드시 오해에서 비롯한다. 그대 자신의 스케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그대여, 그대는 자극-반응의 기계가 아니다. 그대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그대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대가 쾌락반응을 목표로 추구하고 있는 동안, 그대는 그대 자신을 자극-반응의 기계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스케일을 스스로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실존심리학자인 롤로 메이는 F는 S와 R 사이에 있다고 말한다. 자극(Stimulus)과 반응(Response)의 연쇄를 끊어내는 것이 바로 자유(Freedom)라는 의미다. 이 자유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행복은 쾌락이 아니다. 행복은 자유다. 그대가 자유로울 때 경험하는 바로 그것이 행복이다. 그대가 그대 본원의 스케일인 자유로운 사람으로 스스로를 기억할 때 느껴지는 바로 그것이 행복이다.


  그대는 행복을 쾌락으로, 그대 자신을 자극-반응의 기계로 오해하고 있었던 까닭에, 행복도착증에 휩싸여 결국 행복불감증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대여, 자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기억해보라. A 또는 B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A도 할 수 있고 B도 할 수 있는 그것이 자유다. 즉, A나 B에 속박되는 더 작은 것으로서가 아니라, A와 B보다 더 큰 그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자유다. 그렇게 가장 큰 그대의 스케일을 실감하는 것이 바로 자유다.


  행복은 그와 같다. 행복은 단순한 쾌락반응이 아니다. 행복은 쾌와 불쾌의 논리보다 더 큰 것이다. 쾌와 불쾌 양자를 함께 다 포함하면서, 동시에 그것보다 더 큰 그 무엇, 바로 그대 자신을 경험할 때 그대는 행복해진다.


  이를테면, 그대가 사랑하는 이를 상실했을 때, 그대는 너무나 큰 슬픔 속에서 불쾌의 반응을 경험하는 동시에, 잃어버린 그 상대와 함께한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며 쾌의 반응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대는 알게 된다. 느끼게 된다. 쾌와 불쾌 양자 모두를 통해, 그대가 상실한 이를 가장 큰 사랑으로 그대의 가슴에 가득 담아내고 있는 그대 자신의 스케일을, 쾌와 불쾌보다 훨씬 큰, 쾌와 불쾌를 넘어선 그대 사랑의 스케일을.


  그 순간, 그대는 행복해진다. 그대는 반드시 행복해진다.


  슬프지만 행복해지고, 기쁘지만 행복해지며, 우울하지만 행복해지고, 즐겁지만 행복해진다. 그대는 그대가 경험하는 무엇으로도 반드시 행복해진다.


  슬프면서 동시에 기뻐서 행복해지고, 우울하면서 동시에 즐거워서 행복해진다. 그대는 그대가 경험하는 모든 것으로 반드시 행복해진다.


  여기에 역설의 문제가 있다. 행복은 역설의 문제다.


  행복은 쾌락만을 목표로 추구하는 도착증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견 모순처럼 느껴지는 쾌와 불쾌 양자를 동시에 느끼며 경험할 수 있는 그대 자신을, 곧 쾌와 불쾌를 역설로 받아들여 살아낼 수 있는, 쾌와 불쾌보다 더 커다란 스케일의 그대 자신을 발견할 때 찾아온다.


  이처럼 행복은 그대가 삶의 역설을 살아낸 그 결과다.


  그대여, 행복은 목표가 아닌 결과다.


  행복은 그대가 추구해야만 하는 목표가 아니라, 그대가 삶 속에서 그대 자신으로 빛난 결과다.


  삶을 역설로 살아낸 결과로서 자유로운 그대 자신으로 빛나는 것, 그러한 그대 자신을 느끼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행복을 얻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대는 지금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대는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 그렇게 오늘도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대 자신을 느끼며, 그대는 오늘도 그대 자신을 향해 나아간다.


  그대는, 심지어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할 때조차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바로 그러한 그대 자신만은 느낀다. 모든 국면에서, 모든 환경에서, 모든 관계에서, 그대는 반드시 그대 자신만은 느낀다.


  그렇게 그대는 그 어떤 삶의 조건 속에서도, 그대 자신이라는 느낌의 빛을 발견한다. 그대 자신으로 빛난다. 그대가 발하는 이 빛에 둘러싸인 모두는 빛의 정감을 느끼며 이제 이렇게 말한다.


  행복하다.


  그대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






Jewel - What You Are
I’m driving around town
시내를 운전하며 돌아다니다
Kinda bored with the windows rolled down
조금 심심해 창문을 내리고 밖을 보았죠
See a girl on the bus stop bench
한 소녀가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Dressed to draw attention
주목받으려는 옷차림을 하고
Hoping everyone will stare
모두가 바라봐주길 바라면서
If she don’t stand out she thinks she’ll disappear
그녀는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면 사라질거라 생각하니까요
Wish I could hold her, tell her, show her
그녀를 안고, 그녀에게 말해주고, 또 보여주고 싶어요
What she wants is already there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미 거기 있다고
A star is a star
별은 그 자체로 별이죠
It doesn’t have to try to shine
빛나기 위해 노력하지 않더라도요
Water will fall
물은 아래로 흐르고
A bird just knows how to fly
새는 어떻게 나는지 그냥 알고 있어요
You don’t have to tell a flower how to bloom
꽃에게 어떻게 피는지 말해주거나
Or light how to fill up a room
빛에게 어떻게 방 안을 환하게 하는지를 말해줄 필요는 없어요
You already are what you are
당신은 이미 그 자체로 당신이고
And what you are is beautiful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Heard a story the other day
언젠가 이야기를 하나 들었죠
Took place at the local VA
버지니아주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A father talking to his dying son
한 아버지가 죽어가는 아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This was his conversation
이게 그들의 대화에요
"It’s not supposed to be like this
이럴 순 없어
You can’t go first I can’t handle it”
얘야, 날 두고 먼저 가지 마렴
The boy said “Dad now don’t you cry,
아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 울지 마세요
Remember when I was a child what you used to tell me when I’d ask why?”
제가 어릴 때 '그건 왜요?'라고 물을 때 아빠가 해주셨던 이야기가 있잖아요
(You’d say) 
(아빠는 이렇게 말하셨어요)
Gravity is gravity
중력은 그냥 중력일 뿐이야
It doesn’t try to pull you down
일부러 너를 짓누르려는게 아니란다
Stone is stone
돌은 그냥 돌일 뿐이야
It can’t help but hold its ground
돌은 그저 땅에 붙어 있을 뿐이지 일부러 널 걸려 넘어지게 하진 않아
The wind just blows, though you can’t see
바람은 네가 보지 못해도 그냥 불어오지
It’s everywhere like I’ll always be
그건 모든 곳에 있단다,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 것처럼
You already are what you are
넌 이미 너 자신이야 
And what you are is strong enough
너는 충분히 강하단다
Look in the mirror
거울을 봐요 
Now that’s another story to tell
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I give love to others
난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주지만
But I give myself hell
내 자신에게는 너무나 가혹하죠 
I’d have to tell myself
이제 내 자신에게 말해줘야 해요
“In every scene there’s a perfect plan”
"모든 것에는 그것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계획이 있다고."
Everything I hoped to be
내가 되고 싶어했던 모든 것
I already am
나는 이미 그것인데
A flower is a flower
꽃은 그냥 꽃이에요
It doesn’t have to try to bloom
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피어나죠
And light is light
빛은 그냥 빛이에요
Just knows how to fill a room
자연스럽게 방 안을 환하게 만들죠
And dark is dark
어둠은 그냥 어둠이고
So the stars have a place to shine
그래서 별들은 빛날 수 있죠
The tide goes out
밀물이 썰물이 되는 건
So it can come back another time
다음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고요
Goodbye makes a love so sweet
이별은 사랑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고
And love is love so it can teach us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함으로써 우리에게 가르쳐줘요
We already are what we are
우리는 이미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이란 걸
And what we are is beautiful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And strong enough
충분히 강하고
And good enough
충분히 괜찮고
And bright enough
충분히 빛나고 있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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