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또 실체 늘렸지?"
뭘 잘했다고 그렇게 웃고 있어
엄마가 오컴 아저씨 말 잘 듣고
실체 늘리지 말랬잖아
엄마 청소하기 힘들어
그치만 엄마
저한테 이런 다양한
마음들이 있는 걸요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 소외된 마음들을
찾아줬는 걸요
얘 좀 봐
그거 너만 그런 거 아니랬잖아
모든 사람이 원래 다 그런 거야
네가 노력해서 찾은
너만의 장점이 아니라니깐
자꾸 그러네
그래도 저는 마음이 많아지니
외롭지 않고 좋은데 힝
엄마 나가고 혼자 있을 때
마음이랑 대화도 할 수 있고 힝
엄마가 다시 말해줄게
마음을 자꾸 실체로 만들지 마
불필요하게 실체를 늘리지 마
네 안에 여러 개의 마음이
있는 게 아냐
네 안에 여러 개의 네가
있는 게 아냐
제 안에 저 여러 개 없어요?
너는 하나야
너는 강물이야
늘 다르게 흘러가는 강물
너는 그 하나의 강물이
변해가며 흐르는 모습에
그저 이름을 짓고 있는 거야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서로 다른 마음이 있는 것처럼
그러면 전 싫은데 힝
팔봉이도 마음 5개랬고
경철이도 마음 7개랬는데
노력해서 자기 안에
마음들을 많이 발견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댔는데
제가 훌륭한 사람이 아니면
친구들이 안 놀아줄텐데 힝
너는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하나의 마음이고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유일한 네 자신이야
너는 엄마도 알지 못하게
늘 변화하며 흘러가고
엄마도 알 수 없는
아주 놀라운 일들을 펼쳐가
그러나 그 모든 일은
다 강물의 흐름 속에 있어
네가 하는 모든 일은
그 흐름을 벗어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한 개도 모르겠어요
너는 언제나
너도 잘 모르는 그 한 개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단다
마음을 벗어나지 않으니
너는 언제나
사람을 벗어나지 않는단다
언제나
언제라도
사람 중의 사람이란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그 사람이란다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래 이제 알았으면
불필요하게 실체를 늘리지 마
빨리 청소해
네! 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