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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하는 시선 #91

"너 또 실체 늘렸지?"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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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잘했다고 그렇게 웃고 있어

엄마가 오컴 아저씨 말 잘 듣고

실체 늘리지 말랬잖아

엄마 청소하기 힘들어


그치만 엄마

저한테 이런 다양한

마음들이 있는 걸요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 소외된 마음들을

찾아줬는 걸요


얘 좀 봐

그거 너만 그런 거 아니랬잖아

모든 사람이 원래 다 그런 거야

네가 노력해서 찾은

너만의 장점이 아니라니깐

자꾸 그러네


그래도 저는 마음이 많아지니

외롭지 않고 좋은데 힝

엄마 나가고 혼자 있을 때

마음이랑 대화도 할 수 있고 힝


엄마가 다시 말해줄게

마음을 자꾸 실체로 만들지 마

불필요하게 실체를 늘리지 마

네 안에 여러 개의 마음이

있는 게 아냐

네 안에 여러 개의 네가

있는 게 아냐


제 안에 저 여러 개 없어요?


너는 하나야

너는 강물이야

늘 다르게 흘러가는 강물

너는 그 하나의 강물이

변해가며 흐르는 모습에

그저 이름을 짓고 있는 거야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서로 다른 마음이 있는 것처럼


그러면 전 싫은데 힝

팔봉이도 마음 5개랬고

경철이도 마음 7개랬는데

노력해서 자기 안에

마음들을 많이 발견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댔는데

제가 훌륭한 사람이 아니면

친구들이 안 놀아줄텐데 힝


너는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하나의 마음이고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유일한 네 자신이야

너는 엄마도 알지 못하게

늘 변화하며 흘러가고

엄마도 알 수 없는

아주 놀라운 일들을 펼쳐가

그러나 그 모든 일은

다 강물의 흐름 속에 있어

네가 하는 모든 일은

그 흐름을 벗어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한 개도 모르겠어요


너는 언제나

너도 잘 모르는 그 한 개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단다

마음을 벗어나지 않으니

너는 언제나

사람을 벗어나지 않는단다

언제나

언제라도

사람 중의 사람이란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그 사람이란다


나는 원래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래 이제 알았으면

불필요하게 실체를 늘리지 마

빨리 청소해


네!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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