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계속해서 네 앞에는
그림자가 나타난다
너에게 따라붙는 숙명처럼
그래서 너는
그림자를 거느리려고 한다
그림자에 지배받지 않고
그림자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
그러한 너는 그림자를 한번
사랑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림자를 네 가슴으로
가득 품어 쉬게 해주는
따듯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산가족상봉 같은
그 감격의 눈물이
눈을 가득 메울 때
그러나 귀는
잠시 열어보라
그림자가
네 앞에 숙명처럼
계속 나타나던 이유는
그것이 숙명이 아니라
네가 밤길만 걸었고
늘 빛을 등지고만
걸었기 때문이다
계속 빛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이들에게는
그림자도 기뻐서
반갑게 그 뒤를 따른다
함께 빛 속으로 녹아든다
자기를 만든
그 진짜 주인의 품속으로
너도 그림자도
격하게 안겨든다
이것이
빛의 자식인
우리의
유일한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