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보면 배워지는 한국형 실존상담 교과서 #28

"첫사랑의 심리학"

by 깨닫는마음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 '초속5센티미터(2007)'는 일련의 심리상담의 과정을 그대로 그려낸 마스터피스와도 같다. 영화 외에 코믹스와 2편의 소설을 포함한 미디이 믹스물까지 아우르면 이 '상담'은 그 종결의 과정까지 아주 잘 이루어진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실존상담뿐이 아니라, 모.든. 심.리.상.담.은. 해.석.학.이.다. 해석학은 개인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분야다. 이것은 개인이 채택하고 있던 하나의 내러티브를 대신해 보다 의미있는 대안적 내러티브를 추구하는 일이 아니다. 의미라고 하는 것은 당최 그러한 방식으로 시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어난 일이, 보여서, 드러난다."


여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 실존주의이고, '보임'에 대한 것이 현상학이며, '드러남'에 대한 것이 해석학이다. 실존주의와 현상학, 해석학은 늘 사이좋게 붙어 다닌다. 여기에서 실존은 분명한 출발점이다. 실존이 빠지면 현상학은 그냥 근대적 인식론이고, 해석학은 그저 역사적 문헌학이다. 이 모든 것의 정당한 방향성은 실존에서 시작되어 실존으로 귀결된다. 이 말을 더 쉽게 하자면, 결과적으로 개인에게 사실적으로 '쓸모있지 않은 것'은 다 의미없다는 것이다.


의미라는 것은 대체 왜 필요할까? 의미를 절대적으로 강조한 실존상담자인 빅터 프랭클에게 물어보면 그는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도 우리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상실하고 또 상실될 존재다. 그렇기에 엄밀하게는 의미는 필요의 문제가 아니다. 의.미.는. 필.연.이.다. 바로 상실이 동반하는 필연이다.


내담자들은 '애도'와 '진로' 사이에서 표류한다. 상담이 근본적으로 진로상담이라면, 동시에 상담은 근본적으로 애도상담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멈추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실의 사실이 거부되어 있는 상태다. 상실이 애도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할 때 우리는 우리가 상실한 것을 다시 찾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멈추어 선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것.을.


모든 내담자는 바로 이처럼 첫사랑의 상실자다.


마냥 좋아했던 그것, 꿈결만 같았던 그 시간과, 가장 완벽하게 행복했던 그 빛과 색채를 우리 모두는 언제인가 반드시 상실했다.


그런데 이것은 아주 역설적인데, 우리가 첫사랑과 관련된 노래를 들을 때면 경험하는 심상이 이 역설을 잘 보여준다. 이를테면 정준일의 '첫사랑'의 가사를 살펴보자.



설명이 어려운 밤
집에 가던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다
혹시 너도 내 생각하고 있을까?
전화를 해볼까?
아무렇지도 않게
같은 반 옆자리에 앉았던 날을 기억하니?
그림 그리길 좋아했던
너의 연습장을 보여주던 그때
가까이 볼수록 두근대던 맘을
모른 척했던 건
내겐 다 처음이라서
우연히 너와 같은 시간에
함께 집에 오던 길
어색하게 네 손을 스칠 때
마침 내리던 눈을 핑계삼아
널 안을 때
나는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아
있잖아 내가 널 사랑해



그 질감이 아주 섬세하고 고운 이 가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체로 우리의 보편적인 현실이 아닐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대상도, 사건도, 경험도 우리에게는 없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러한 노래가 마치 우리의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쓴 노래인 것처럼 경험하는 것일까? 왜 '이 사람 내 마음 알고 있나?'라고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왜. 우.리.에.게. 있.어.본. 적.도. 없.는. 것.을. 잃.은. 아.픔.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있지도 않은 것을 상실하는 일은 가능한 일일까?


이에 대해 가장 간명하고 효과적인 대답은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특정한 대상이나, 특정한 사건, 특정한 경험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 것들은 우리에게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있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노래가 우리를 촉진하기 전까지는 그리 큰 요소들이 아니었다. 노래로 인하여 그것들이 채색되고 향기를 갖추어 우리 앞에 중요하게 떠올랐을 뿐, 실은 그것들이 우리의 상실에 대한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정말로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었던가?'이다. 그것이 우리가 상실했다고 느끼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상기한 노래의 가사에서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사실 명료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있잖아 내가 널 사랑해."


사랑에 대한 모든 표현에서는 '나'와 '너'를, 즉 '주체'와 '대상'을 거세하면, 또 주체가 대상을 향하는 행위적 방향성을 기각하면, 많은 것들이 분명해진다.


"있잖아 사랑."


지금은 상실한 그 첫사랑의 순간 속에, 아마도 당신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처음 막 시작함으로써,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는 사실에, 또 자신이 그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동받고야 말았던 당신이 꼭 있었을 것이다.


사랑 그 자신이었던 당신이 정말로 있었을 것이다.


첫.사.랑.의. 상.실.자.는. 자.기. 자.신.의. 상.실.자.다.


모든 내담자는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서 상담소에 온다. 정확히는 자기 자신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내담자들은 상담자를 찾는다.


첫사랑의 대상과, 첫사랑의 사건과, 첫사랑의 경험이 상실됨으로써 내담자들은 사랑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참모습'도 함께 상실했다고 경험한다. '초속5센티미터'의 남주인공의 상태와도 같다. 첫사랑의 상실 이후 그는 그저 핵심을 잃고 남겨진 껍데기일 뿐이다.


그런데 소설판에서는 남주인공이 상실한 여주인공의 입장이 그 반대편에서 묘사된다. 그녀는 첫사랑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다시 보지 못하게 된 그 날 이후로, 나는 그로부터 살아갈 힘을 받은 것만 같았다."


잃은 것이 아니었다. 다 준 것이었다. 이것은 상실이라는 사건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있었던 것을 다 주어서 없어진 것처럼 경험하는 것이 상실이다. 다 주고 싶은 마음 그대로 주는 일에 실패하지 않고 기어코 완수한 그 일이 바로 상실이다.


상실한 첫사랑을 후회하는가? 더 잘해주지 못했다고 가슴아파하는가? 차라리 이렇게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자책하는가? 그렇지 않다. 다 주었으니, 가장 잘했다. 자신을 던져 자신을 다 주었으니, 자신을 가져도 된다. 당신이 가슴을 펴고 당당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다. 가장 완전하게 사랑하고 있었던 당신 자신의 존재다.


그 사랑이 가장 완전한 것이었기에 상실이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이것은 무슨 미친 소리일까? 당신이 꿈꾸던 미친 소리다. 유한자인 당신이 미치고 싶었던 하나의 현실에 대한 소망이다. 그래서 당신은 결국에는 닿았다.


당.신.은. 당.신.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꿈.꾸.었.다.


유한자에게 이것이 무슨 미친 소리일까? 그러나 당신은 이것을 현실로 결국 이루어내었다. 당신은 당신이 온존재를 다해 사랑하던 이의 가슴에 정직한 눈빛과 반가운 미소로 영원히 그의 편으로 남아, 그의 일생에 그가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일에 끝내 성공하고야 말았다. 당신은 기적을 이루어내고야 말았다.


당신의 첫사랑의 순간에 일어난 일은 이와 같은 일이다. 첫사랑이라고 하는 사건은 당신의 실존이 사랑 그 자체라는 사실을 발견한, 또 그 존재의 힘을 온전하게 행사한 기적의 첫순간이다. 다만 내담자들에게는, 그리고 당신에게는 아직 그렇게 보이지 않은 것이고, 아직 그렇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첫사랑의 노래를 들으며 '당신에게는 없었던 것 같은' 그 미확인된 그림들에 가슴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섬세하게 접근해보자. 당신은 노래의 화자가 지금도 생생히 떠올리며 그리는 그 첫사랑의 모습으로 당.신. 자.신.이. 바.로. 그.렇.게. 기.억.되.고. 싶.었.던. 것.이.다. 즉, 당신은 그의 가슴에 당신이 영원한 사랑을 성공적으로 담을 수 있었던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확인은 금방이다. 당신의 가슴속에 밀물이 밀려와 벅차고, 시린데, 또 따듯하다면, 당신은 사랑을 영원의 현실로 인도하는 당신의 임무를 아주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첫사랑의 노래의 화자들은 바로 당신에게, 당신이 그런 사람이었다고, 자신에게 영원한 사랑을 준 유일한 그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사라져도 그에게 남는 것이 영원이다. 그러니 그에게 영원한 사랑을 주고 싶었던 당신이 그를 상실하게 되는 일은 필연이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도 당신의 사랑이 그를 지켜줄 수 있기를 당신이 간절히 소망한 까닭이다. 의미는 이 상실의 자리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난다. 당.신.의. 존.재.는. 당.신.이. 사.랑.했.던. 것.에.게. 의.미.로. 드.러.난.다. 당신을 사랑했던 부모님이 했던, 그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행위가 아주 나중에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로 알려지는 일과 같다.


당신도 당신의 첫사랑에게 그러한 사람이다. 아주 의미있는 사람이다. 당신의 표정들, 작은 습관들, 섬세한 그 몸짓들이, 이 세상에서 아무 조건없이 그의 편이 되어주었던 가장 우호적인 그 세력으로서, 자신이 결코 사랑에서 소외된 존재가 아님을 알게 해준 그 증거로서, 그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상담은 이처럼 당.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괜찮다."라는 표현은 "음, 이 마음도 온전하고 괜찮군."이라는 일에 적용되어야 하는 표현이 아니라,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사람들의 기쁨과 힘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그 일에 적용되어야 하는 표현이다. 물론 이것은 더 많은 대중들을 기쁘게 해야 당신의 존재가 가치있어진다는 식의 말이 아니다. 당신이 조건없이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은 괜찮다. 이러한 의미다.


첫사랑이 첫사랑인 이유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원형인 '조건없는 사랑'을 온전한 형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그립다. 우리가 그러한 사랑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지극히도 그립다. 기적같은 그 순간을 되돌리고 싶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언제나 가능하다. 만약 불가능했다면, 심리상담이라고 하는 분야는 성립조차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심리상담의 교과서들에서 우리는 각각의 접근을 막론하고 "심리상담은 사랑을 통한 치유다."라는 말을 쉬이 찾아볼 수 있다. 정신분석도, 실존상담도, 인간중심접근도, 심지어는 인지행동치료도 그러한 말을 한다. 오해되는 지점은 늘 상담자가 자신을 사랑의 주체인 것처럼 입지화하는 그 자리다.


상담자는 사랑의 주체가 아니다. 내담자들에게 사랑을 제공해주는 사랑자판기가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상담자도 내담자들과 같은 첫사랑의 상실자일 뿐이다. 상담자 또한 사랑 그 자체로서의 자신을 다시 찾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이러한 상담자가 조금 더 확인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사랑이 '애도'와 '진로' 사이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왜 그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었는가? 사랑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애도'와 '진로' 사이란 곧 '과거'와 '미래' 사이다. 그렇다면 사랑이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하다. 사.랑.은. 현.재.에. 있.다. 왜 그런가? 이제 알잖는가. 당.신.이. 바.로. 현.재.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있는 곳이 사랑이 있는 곳이다.


첫사랑으로 당신에게 시작되었던 사랑을 당신이 꽃도 피우기 전에 잃은 것이 아니다. 그 계절에 피운 꽃을 가득한 꽃다발로 만들어 님에게 다 드린 것이다. 왜 당신은 그것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기에, 당신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차마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그랬을 수 있다. 사실은 언제나 단순하다. 당신은 당.신.이. 늘.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언제인가 당신은 사랑으로 일어났고, 사랑으로 지금 보이며,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에게 사랑으로 반드시 드러날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살아가는 의미가 아닐까? 당신이 다시 찾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당신의 면모가 아니었을까?


'애도'는 대상의 상실이다. 대상이 상실됨으로써 당신은 그 사랑이 당신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당신에게서 비롯한 것이다. 당신이 상실한 대상이 그토록 크게 느껴진다면, 당신의 사랑이 그만큼 큰 것이다. 아주 큰 선물을 상대에게 전한 것이다.


"내가 바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그러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사람이다. 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만 있으면 사랑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당신이 '첫사랑'을 또 시작해가는 이 길이 바로 당신의 '진로'다. 당신의 진로를 열어가는 것은 분명히 사랑이다. 처음 만나는 것들에 당신의 존재를 다 던져 당신이 살아갈 때 당신의 앞길은 성공적이다. 인생이란 원래 사랑의 사업이다. 자본이 많으면 당연히 성공적이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다행히도 자본이 아주 많다.


새벽의 빨래방에 앉아 있던 중, 크리스마스 이브에 홀로 번화가를 걷던 중, 버스 맨 끝의 좌석에 몸을 기대어 선잠을 청하던 중, 지하철 승강장에서 멍하니 스크린도어를 응시하던 중, 어쩌면 조금 닮은 뒷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막 몸이 굳어지던 중, 당신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당신에게는 첫사랑의 노래들이 끝없이 찾아온다. 당신은 첫사랑의 멜로디 속에서 산다.


그렇게 당신은 매일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며 산다. 자신이 가진 사랑이라고 하는 자원이 얼마나 많은지를 정말로 알고 싶어서 산다.


당.신.은. 언.제.나. 또. 사.랑.하.고. 싶.어.한.다.


당신의 상실도 당신의 넘쳐나는 그 큰 사랑이 만들었다. 사랑했던 모든 것에게 다 영원을 주고 싶어서, 당신은 상실을 많이 경험했다. 이렇게 사랑 속에서 사는 당신이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모든 상담자가 내담자들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는, 그가 또 사랑하기 위해 나서는 바로 그 순간이다. 상담을 종결하고 상담실 밖으로 나서는 내담자의 모습이 상담자에게는 가장 사랑스럽다.


상담은 내담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없음을 발견할 때 종결된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문제가 없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담이라고 하는 활동이 내포한 역설 중의 역설이다. '초속5센티미터'의 엔딩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전철이 다 지나가고 난 후에 선로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남겨질까?


아무 것도 없다. 원래 아무 것도 있지 않았다.


정말로 남아 있는 것은, 선로의 이쪽편에 있는 현재의 자신이다.


저쪽편이 사랑의 원천이라는 착각이 해지되고, 이제 사랑이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 사랑을 잃은 적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초속5센티미터'의 소설판에서는 이 장면을 남주인공이 첫사랑의 대상에게 주었던 '살아갈 힘'을 돌려받은 장면으로 묘사한다.


내담자들은 성공적인 상담의 결과로 이와 동일한 현실을 경험한다. 내담자 자신이 문제로 생각했던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 문제만 해결하면 자신이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간주한 믿음은 착각이었다. 필요한 것은 일어난 일에 대한, 보이는 것에 대한, 드러난 것에 대한 확인일 뿐이다. 닫힌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던 내담자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열쇠를 발견하는 것은 이 순간이다.


당신도 분명 또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은 당신에게서 처음으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의 모든 사랑은 언제나 첫사랑이다. 현재진행형인 첫사랑이다. 생각해보라. 이미 또 시작되고 있었고, 당신은 지금도 첫사랑 중이다. 또 영원히 사랑하려고 한다. 자신의 사랑의 크기에 짐짓 놀라 그것을 또 상실할까 두려워져서,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모르는 척하고, 또는 마치 사랑을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상실을 아는 당신보다 더 사랑을 잘 아는 이가 있을까?


당신은 사실 당신이 누구인지를 아주 잘 안다. 당신이 노래가사 속에서 가슴 설레게 보는 첫사랑의 모습이, 그 첫사랑의 대상에게 가슴 설레게 보이던 바로 당신의 모습이다. 당신은 첫사랑을 상실한 존재가 아니라, 당신의 첫사랑에게 영원한 존재다. '첫사랑의 상실자'가 '첫사랑의 영원자'로 반전되어 드러나는 이 현실이 사실적인 당신의 현실이다.


당신은 끝이 없도록 아름다운 시절을 살아간다. 사실이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당신은 그 사실 중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보라. 있잖아, 당신이,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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