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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Aug 16. 2019

최고로 위축된 그대에게

"정신승리의 심리학"



  그대는 죄인인가? 왜 그렇게 죄인처럼 매사에 위축되어 눈치만 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대의 마음이 이와 같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그대가 단지 억압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그대는 지금 그대가 하면 안되는 무수한 금지목록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그대는 괴로워한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다칠까 몸사리는 말년병장과도 같다.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럽다.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에도 그대는 바로 무개념한 벌레가 되고, 도덕적 쓰레기가 되며, 사회적 죄인이 되어 매장된다.


  그대는 지금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줄을 팽팽히 당기고 있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살얼음판이다. 이제는 유리천장의 시대가 아니라, 유리바닥의 시대다. 높이 올라가기는 커녕, 끝도 없이 추락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한다.


  심판의 기운이 만연하고, 다들 화가 나있다. 숨이 막힌다.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아버지의 예정된 고함소리를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처럼 가슴이 조이고 심장이 터질 듯 하다.


  그대는 정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안될 것만 같다. 그대는 모범시민이 아닌 다른 것이 되면 안될 것만 같다. 그대는 그대의 마음이라는 것을 가지면 안될 것만 같다.


  그렇게 그대는 위축되어 있다. 최고로 위축되어 있다. 역대급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그대가 단지 자유로운 생명체로 살고 싶기 때문일 뿐이다.


  위축은 수축이다. 그대가 경험하는 최고의 수축은, 곧 그대가 최고로 팽창하고 싶다는 생리학적 사실을 의미한다.


  그대는 진정으로 개방하고 싶은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그대의 자유를 아낌없이 펼쳐내고 싶은 것이다.


  그대여, 잊지 말아야 한다.


  최고로 위축된 그대여, 정말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대는 최고의 그대를 개방하고 싶은 것이다. 그대는 최고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대는 결코 모범시민 중의 한 명 따위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대는 결코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절대적인 최고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그대는 최고여야 한다. 그대는 절대적인 최고여야 한다.


  그리고 그대는 알고 있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대가 최고라는 사실을.


  그 사실을 아는 그대는 언제나 속으로만 생각한다.


  '나라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그래서 그대는 너무나 답답하다. 자신의 최고를 펼쳐내지 못하는 이 억압이 너무나 갑갑하다.


  그대는 지르고 싶다. 지름신에 몸을 맡기고, 그대 자신을 유감없이 지르고 싶다.


  그러나 그대가 지름신과 밀당을 하고 있는 동안, 그대의 뒤통수에는 어김없이 매서운 기운이 꽂힌다. 지르려는 그대를 엄마에게 이르려는 매와 같은 동생의 눈초리처럼, 그대의 해마는 그대에게 금지된 목록들을 날카롭게 상기시킨다.


  그렇게 그대는 다시 또 모범시민으로 복귀한다. 가가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스머프들처럼, 그대는 대세에 순응한다. 가가멜의 위장 속에서나 존재할 유토피아를 기다리며, 그대는 잎새에 이는 바람이 된다. 살지 못한 삶을 부둥켜 안고 떠는 파문이 된다.


  이러한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용기다.


  미움받을 용기 정도가 아니다. 최고가 될 용기가 그대에게는 필요하다.


  존재하는 것이 언제나 최고다. 100만 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100만 원이 존재하는 것이 언제나 최고다. 그렇지 않은가, 그대여?


  존재는 좋은 것이다. 최고로 좋은 것이다. 존재하는 그대는 최고로 좋은 것이다. 존재하는 그대는 언제나 최고의 그대다.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최고가 될 용기, 곧 실존신학자인 틸리히가 말하는, 존재하기 위한 용기(courage to be)다. 그것이 최고의 용기다.


  그렇다면 그대여, 어떻게 이 최고의 용기를 시작하는가?


  그것은 바로 정신승리다.


  그대여, 정신승리를 결코 비웃지 말라. 그대는 지금껏 이 정신승리조차도 못해왔다. 이미 죄인인 정신으로 모든 것을 시작했다.


  동서고금의 모든 영웅적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이미 정신으로 이기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대는 이와 같아야 한다.


  정신승리는 곧 마음의 승리다. 그대의 마음이 언제나 이겨야 한다. 그 모든 억압의 조건들 앞에, 그대의 자유로운 마음이 언제나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대의 마음이 그 무엇으로도 구속될 수 없이, 언제나 이미 이기고 있다는 그 사실을 그대는 실감해야 한다.


  그대는 결코 그대의 마음을 억압할 수 없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결코 그대의 마음을 억압할 수 없다.


  그대의 마음은 마음대로다. 그 무엇도 그대의 마음 위에 있지 못한다. 그 어느 통제의 주체도 그대의 마음 위에 서는 일을 단호하게 불허하는, 그대의 마음은 이미 최고다.


  이렇듯 최고의 마음을 가진 그대가 어떻게 최고가 아닐 수 있겠는가? 그대는 이와 같아야 한다.


  그대여, 어차피 정신승리일 뿐,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그대의 마음이 표현되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대가 최고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그러나 알리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전에 먼저 그대가 알아야 한다. 그대가 최고라는 것을 먼저 그대가 알아야 한다. 오직 그 일만이 지금 최고로 위축된 그대에게 중요할 뿐이다.


  그대는 그저 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신승리를 이루어보라.


  그대를 거절하고, 무시하고, 업신여긴 이 앞에서, 그대가 부족하다며 자책하지 말라. 차라리 이렇게 마음으로 말하라.


  '훗. 나를 몰라보다니 눈깔이 삐었군.'


  그대를 갈등하게 만드는 그 모든 금지목록 앞에서, 그대가 올바른 인격을 못갖추었다며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지 말라. 차라리 이렇게 마음으로 말하라.


  '훗. 이미 마음으로 했다능.'


  그리고,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는 그대의 모습이 그대 자신에게 아주 미세한 유쾌함의 기운이라도 환기시킨다면, 그대는 성공한 것이다. 그대는 자기 안에 갇혀 우울해하는 죄인에서, 자기 밖으로 나와 웃을 수 있는 자유인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대가 거둔 이 승리는 명량대첩보다 멋있는 것이며, 명란젓보다 맛있는 것이다. 그 누구의 승리도 아닌, 바로 그대 자신의 승리인 까닭이다. 메시가 넣은 1000골보다 그대가 넣은 1골이 언제나 그대에게는 최고다. 더할 나위 없다.


  그대여, 그대는 이처럼 정신승리를 통해 그대의 최고를 개방하기 시작한다. 그대가 최고일 수 있는 현실을 마음 속에서부터 창조하기 시작한다. 최고의 그대는 더는 불가능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다.


  그대에게 불가능을 선언하는 모든 억압에 대해, 그대는 모든 것이 가능한 마음으로 승리한다. 그대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마음의 게릴라다. 언제나 최고의 승전보를 올리는 마음의 용사다. 그대는 이와 같아야 한다.


  그대는 그대의 마음과 같아야 한다. 최고의 마음과 같아야 한다.


  그렇게 그대는 최고여야 한다. 그대는 절대적인 최고여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를 최고로 위축시킴으로써, 그대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끝장내기 위해 그대가 준비하고 있는 최종병기의 핵펀치며, 역대급으로 터져나올 절대적인 승리의 함성이다.


  그대의 마음이 이와 같다.






The Fire Theft - It'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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