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다리던 지적이고 과격한 심리학 #6

"심리학 의적과 마음의 민주주의"

by 깨닫는마음씨


hieronymus_bosch_4_930_655_80.jpeg?type=w1600



요즘 도둑들은 자기가 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코인중독자들의 논리와 같습니다.


자기들이 부당한 '중심'의 압제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를 민주적으로 실현하는 탈중심의 현실에 앞장서는 인물인 것처럼 대의를 세우곤 합니다.


돈 때문에 그러면서 구라는.


심리학 분야에서 남의 것을 도둑질해 자기의 것처럼 파는 사기꾼들이 이러한 행세를 많이 합니다.


뭔가 수준이 있어 보이는 것을 훔친 다음, 자기가 그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의적이라도 된 것처럼 굽니다.


그럼으로써 원작자는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처럼 자기 것을 독점적으로 고집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자기는 그에 대비되는 부드럽고 친절한 대인배처럼 행세한 뒤, 이러한 인격적 이득에 더해 원작자의 권위마저도 자기가 대신 획득하려고 합니다.


자기가 제일 똑똑하게 보이고 싶은데 능력이나 학력 또는 경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들이 이처럼 의적 흉내를 냅니다.


지적으로 우수한 이를 마치 지적 권위의 소재를 독점하고 있는 악덕지주 같은 나쁜 놈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게 하여 그를 조롱하고 소외시킨 뒤, 자기가 그 반사이익을 얻는 전략입니다.


마치 남자만 가득한 심리학 동아리에 한 여성 후배가 가입하려고 찾아온 상황을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그러할 때 내심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나서서 여성 후배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 저기 다른 형들은 전혀 신경쓰지 말고,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형들은 마음공부만 해서 훌륭하신 분들이라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그래. ㅋ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같이 맥주 한 잔 하며 부담없이 심리학 얘기 하고 그러자구. 형들 끼면 너무 고상하고 전문적이시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고 좀 피곤하니까. ㅎㅎㅎ 어때 이따가 오빠랑 둘이서 가볍게 술 한 잔 하며 심리학 얘기할까?"


남의 권위를 조롱함으로써 자기의 권위를 드높이려는 이 방식은 유독 이성 앞에서 자주 펼쳐집니다. 마치 다른 형제자매보다 자기가 더 엄마의 관심을 얻어내려고 하는 유아기 퇴행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이것은 돈도 많고 섹스도 할 수 있는 엄마를 자기가 쟁취하고 독점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 의도는 숨겨진 채 한 편의 기만적인 연극으로 펼쳐집니다.


이 연극은 자기의 참다운 지성으로, 사악한 거짓 지성의 독재자에게 대항하려는 내러티브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연극을 하는 이는 자기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위대한 투사라도 된 것처럼 스스로에게 도취합니다.


왜 도취가 필요하냐면, 그래야 양심을 속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이 알리는 바, 독재하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이 '의적' 자신입니다.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그 어떤 권위보다도 자기가 제일 높은 알파개체로서의 권위를 얻음으로써, 의적은 엄마를 독점하고 싶어합니다. 엄마를 독점함으로써 모든 욕망을 자기 생각대로 만족시키게 되는 현실, 이것이 의적이 꿈꾸는 독재의 현실입니다.


여기에서 엄마는 특정한 대상일 수도 있으면서, 좀 더 포괄적인 대중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심리학 의적이 바로 이처럼 '자기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서'라고 자기 자신과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의적은 남의 것을 훔치는 일에 뻔뻔해질 수 있습니다.


남이 정성스럽게 만든 것을 훔치면서도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훈계하는 일까지 가능합니다.


"좋은 걸 그렇게 너만 독점하려고 하면 안되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것의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내가 민주적으로 사람들에게 더 널리 보급하려고 하는 거야. 어려운 척 잘난 체 하지 마. 그런 식의 거짓된 권위를 깨고 내가 더 쉽고 친절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위해 전할 거라구."


도둑놈이 오히려 큰소리를 칩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그러나 의적이 어떠한 소설을 써서 자신의 도둑질을 미화하려 하든 간에, 아무리 자기의 양심을 마취시키려고 하든 간에, 여기에는 분명한 사실이 놓여 있습니다.


대체로 도둑이 쌀을 훔쳐온 그 쌀집들은, 사람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쌀을 팔고 있던 곳입니다.


그러한 쌀집에서 쌀을 훔쳐 자기가 사람들에게 더 비싼 가격에 파는 일이 정말로 의적의 일인가요?


심지어 어떠한 쌀집 주인은 공짜로 쌀을 뿌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면 이 도둑들은 신이 납니다. 어차피 공짜로 뿌리는 쌀인데 자기가 갖고 가서 자기 것처럼 팔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기의 이득 추구를 위해 상업용으로 쓰는 순간, 그것이 문제가 된다는 감 자체가 없습니다.


남의 것을 더 잘 도둑질해서 자기의 것으로 '통합'해내는 것이, 자기가 똑똑한 증거라고 생각하는 병신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심리학 의적들은 남의 글을 훔쳐 자기의 책으로 내고, 남의 말을 표절해 이상한 고액의 DVD를 팔아먹는 이들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말로 무슨 심리학의 자유로운 투사라도 된 것처럼 굽니다.


마치 자기들의 도둑질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이들을, 제도권의 보수적인 꼰대라도 된 양 여기며, "마음은 이러한 억압적 권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야 합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자기들이 진정한 마음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우주적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며 무슨 독수리 오형제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합니다. 심리학계의 아이돌 그룹 흉내를 내며 더러운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자유의 전사들 같은 모습을 연출합니다.


가장 부당하게 살고 있는 이들이, 가장 부당함에 저항하는 코스프레를 합니다.


촌극입니다.


아니,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훔쳐서라도 좋은 것을 더 쉽게 나눠주려 한다고요?


이들이 인간을 위해 신들로부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처럼 행세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이들의 중2병 때문입니다.


신에게 저항하고, 자기 아버지에게 저항하는 깨어있는 반항아인 것처럼 굴면, 자기가 남들보다 특별해지고, 특히 엄마와 같은 대상과 대중들로부터 특별하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 왜 옛날 귀여니 소설에 나오는 남주인공의 모습 같은 거죠. 야성적이면서 지적이고, 반항적이지만 숭고하고, 나쁜 남자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귀여운 아기늑대인 식의, 덜 자란 아이들이 소비하던 유치한 판타지입니다.


심리학 의적은 이 유아적 판타지로 자신의 양심을 마취시킨 뒤, 자기가 하는 도둑질에 마음의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대의를 붙여, 그 대의를 빌미로 돈과 섹스를 독점할 수 있는 자기의 독재왕국을 건국하려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떼쓰며 뒹구는 아이들보다도 더욱 야심찬 이들입니다.


"갖고 싶어? 그럼 떼쓰지 말고 당당하게 일어나서, 훔쳐! 모든 것은 다 네 거야. 당당하게 그것이 네 것이라고 주장해! 더러운 자본주의 놈들로부터 네 권리를 주장하라구! 장난감을 훔쳐서 그 돼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구! 장난감이 원래 네 것이었음을 그놈들은 알 필요가 있어. 네가 진정한 왕으로 서는 마음의 민주주의 한번 멋지게 만들어가보자구, 친구."


풍길초등학교 3학년 4반 강두식 어린이가 홈플러스에서 장난감을 훔치다가 경비원 배칠복 님에게 잡힌 뒤, 인터넷에서 본 심리학 마스터 선생님을 따라 당당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 했다고 오히려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며 보고할 때,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생각보다 더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었음을 눈치채게 될지 모릅니다.


"장난감을 못가져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건데요? 제가 뭘 잘못한 거죠? 모두가 외롭지 않게 다 같이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홈플러스만 장난감을 독점하는 것이 잘못된 거 아닌가요? 저는 돈이 없는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장난감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꾼 것뿐이에요."


강두식 어린이, 맴매 맞기 전에 솔직히 말하세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니가 잘난 척하려고 훔친 거잖아요. 니가 좋은 장난감으로 대장인 척하면 7반 날라리 희선이가 "두식아 너 인스타 뭐야."하며 다가오고, 학교에 두식파 만들어져서 상납금도 들어올 거라 꿈꾸며 훔친 거잖아요.


마음이란 소재로 조폭놀이를 하는 우리 친절한 의적떼들이 오늘날 가야 할 곳에 가지 않으니까, 결국 한강이 직접 찾아왔습니다. 입수합시다. 처음으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의적이 되어봅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이 기다리던 지적이고 과격한 심리학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