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윈드 #0

"당신을 찾아서"

by 깨닫는마음씨





Final Fantasy 3 OST - Eternal Wind(悠久の風)




이터널 윈드는 스퀘어사의 고전 RPG '파이널 판타지' 3편에 나오는 대표곡의 이름입니다.


3편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파이널 판타지는 에닉스사의 드래곤 퀘스트와 더불어 일본 RPG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입지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퀘어에닉스라는 이름으로 합쳐져 이제는 파이널 판타지가 전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지게 되었지만, 파이널 판타지의 예전 시리즈들이 갖고 있던 독특한 속성은 드래곤 퀘스트와 비교해 지금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드래곤 퀘스트가 소년의 입장에서 세계를 모험해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을 묘사했다면, 파이널 판타지는 어른의 입장에서 소년의 세계를 돌아보는 그 모험의 여정을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드래곤 퀘스트가 용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정통적인 서사를 보여준다면, 파이널 판타지는 여기에 대한 의도적인 '비틀림'이 있습니다. 일례로 도둑에 대한 대접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는 매우 좋습니다. 고전작들에서는 도둑이 최고의 딜러 자리를 갖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나아가 단순한 레벨업의 노력이 아니라, 게임을 이해하고자 하는 깊은 관심과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오히려 게임의 진행이 수월해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전투에서 많이 도망침으로써 최고의 위력을 가진 무기를 갖게 된다든가, 장비를 벗고 오히려 해당 장비를 소모성 아이템으로 사용함으로써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든가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는 '야리코미'라고 불리는, 깊게 즐기며 파고들 요소들이 산재합니다.


"어, 이게 된다고?"


그러나 눈앞에서 정말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보며 기쁨의 미소로 환호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은 게임입니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만드는 상상력의 힘을 자극한다는 것이 아마도 예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큰 매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이 좋기로도 늘 유명했던 파이널 판타지입니다. 이터널 윈드(悠久の風) 또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곡입니다.


2021년도부터 파이널 판타지 픽셀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리마스터작들은 이러한 향수를 전격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작품들입니다. 3편에서 처음에 시작하는 동굴을 나와 필드에 섰을 때 흐르는 이터널 윈드의 곡조는 분명 단순한 추억 이상의 그 어떤 것을 자극하곤 합니다. 유튜브에는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한 번 파이널 판타지 3의 세계를 찾아와 이터널 윈드를 듣게 되었을 때, 말로 다 표현못할 그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성분의 영상이 올라와있기도 합니다.


그건 단순히 게임에 대한 회고적 감상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다시 만나게 된 그 감동입니다.


저는 왜 울었냐 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정붙일 곳 없던 그 마음이 정처없이 헤맸던 그 필드가 바로 파이널 판타지 3편의 필드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부모님을 잃은 한 소년이 이제 더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정붙일 곳을 찾아, 밤을 새워가며 게임의 필드를 끝없이 여행하고 있었다는 그 사실을 3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파이널 판타지는 어른이 소년의 세계를 다시 찾아온 그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기 전까지의 '마지막 환상'입니다. 환상 속에서 우리는 만남으로써 깨어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모든 환상은 언제나 마지막 환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환상의 대지에 영원한 바람이 붑니다. 이터널 윈드가 흐릅니다. 이 영원한 바람은 환상의 대지에 있는 것들을 살려가지만, 그 바람의 출처는 사실 환상 밖입니다. 환상 밖에서 불어오는 영원한 바람이 환상을 살리면서, 동시에 환상을 끝내고자 흐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입니다.


마음은 영원한 바람입니다.


마음은 환상이면서, 환상 밖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구조입니다.


놀이공원에 있는 모험 컨셉의 놀이기구를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배를 타고 무대 안으로 진입합니다. 물길을 타고 배가 흐르면서 우리는 가상의 모험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물길은 우리가 탄 배를 자연스럽게 무대 밖으로 안내합니다. 물길의 흐름은 환상의 무대를 살려내는 동시에, 환상의 무대를 끝냅니다.


물길 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흐름 속에서, 흐름에 안겨 일어난 일입니다.


우리의 모든 시간의 시작에서부터 그 끝까지, 시간 밖에서 불어온 영원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안아 함께 불어가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영원으로부터 소외된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랬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해갑니다. 이걸 보통 마음공부라고 합니다. 가만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모르는 채, 아니 모르는 '체'하는 미소를 짓고 있어보면 "아하!"하는 것이 마음공부가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를 하면서도 늘 이루어지는 것이 마음공부입니다.


바로 이런 말들을 하고자 이터널 윈드라는 제목의 연작글을 시작합니다.


깨달음이 우리에게 진짜로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노래합니다.


그건 마음에 대한 빅데이터나, 최고 수준의 인지적 알고리즘이나, 원하는 정보를 애쓰지 않아도 찾아주는 고성능 AI 검색엔진 같은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언제나 우리 자신을 향한 사랑입니다.


영원이 우리를 사랑한다고 하는 그 노래입니다.


영원히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바람이 전한 그 소식입니다.


"어 이게 된다고?"


되고 말고요.


당신이 사랑하는 일의 불가능함 속에서도 당신이 사랑받는 일은 언제나 가능한 일입니다.


더는 어디에서도 사랑을 찾을 수 없게 된 당신에게도 영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환상 속에서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는 당신을 영원한 바람이 찾으러 갑니다.


당신의 주변에서 흐르는 그 멜로디를 듣게 되었을 때, 당신은 영원한 바람이 이미 한참 전에 당신을 발견해냈다는 그 사실을 이제 발견한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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