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에 있는 그, 심리학사기꾼일지도"
사이코프로드(Psychofraud), 이 시대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용어다.
이제는 사이코패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이코프로드를 경계해야 한다.
이 용어는 한국어로 변역될 수 있는 두 의미를 내포한다.
① 심리학사기꾼
② 사기꾼성 인격장애
심리학은 역사가 짧다. 그렇기에 학문의 내적 자정작용이 아직 충분히 완숙되지 않았으며, 사기꾼들이 활동하기에 여전히 좋은 무대다. 특히나 기생충처럼 대중의 고혈을 양분으로 삼는 사기꾼들은, 오늘날 심리학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사기꾼성 인격장애를 가진 이들이 매우 자주 심리학사기꾼이 되는 이유다. 그 둘은 일치한다. 사이코프로드는 이를 함께 묶어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한 용어다.
사기도 정신병이다. 거짓말쟁이 소년은 자기의 거짓말에 사람들이 움직일 때 도파민의 쾌락을 얻는다. 그것은 자기가 만든 환상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유아적 전능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모든 중독은 이 전능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사기는 분명한 중독의 현상이며, 이상심리의 인격장애를 형성한다.
벌써 약 50년 전인 1975년에 존 가르시아는 미국의 심리학저널들에 '사이코프로드'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이것은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심리학으로 위장해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판타지의 믿음에 입각한 가짜심리학의 모델을 의미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이코프로드로 활동하는 이들은 그들이 긍정적인 기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대단히 점잖고 선한 사람들일 수 있다."
가장 고도의 사기꾼은 자기최면을 통해 자기부터 속이는 사기꾼이다. 그러면 그가 진심으로 사실을 말하는 것 같기에 사람들이 그 진정성에 설득되기에 좋은 조건이 마련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기꾼들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정말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 단지 그런 착각만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일 뿐이다.
가르시아는 현대의 건강한 심리학자들 및 심리치료자들의 임무가, 심리학의 영토에서 사이코프로드들이 만든 '환상'을 축출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사이코프로드 현상의 핵심은 '환상을 통해 현실을 통제하려는 의도'다. 환상의 마법을 꿈꾸는 이 의도가 사람들을 계속해서 사이코프로드의 희생자로 만들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환상 속에서 안락할 것인가, 사실 속에서 성숙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의 선택이다."
가르시아가 사람들을 환상의 피해자로 만드는 최초의 사이코프로드로 보는 것은 칼 융이다.
"새로운 마법은 심리치료, 오컬트, 쾌락주의의 사이비과학을 통합한 것이었다. 이 통합의 움직임은 20세기 초 융에 의해 시작되었다."
융과 인본주의, 오컬트, 그리고 힙스터문화의 결합은 오늘날 대표적인 사이코프로드의 형태다. 가르시아에게 이것은 '환상에 근거한 무분별의 쾌락주의'의 현상이다. 특히나 가르시아가 비판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 사이코프로드들이 심리학적 용어를 남용해 제시하는 '새로운 마법'의 기만성이다.
"정통적인 심리상담이라고 하는 '오래된 마법'은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정식으로 심리상담을 하려면 최소한 박사학위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마법'은 모든 것을 없앴다. 중요한 것은 정당한 수련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이 되었다."
곧, 사이코프로드들은 쾌락주의의 환상에 빠진 대중들이 지지하는 우호적인 '관계'에 입각하여, 자신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잘 공감하고 이해해준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을 심리전문가라고 매우 쉽게 입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50년 전의 진술이지만, 2022년 오늘날의 현실을 정확히 비추어주는 통찰이다.
현실에서는 차마 거의 있을 수 없을 가상의 예로, 문예창작학과를 나온 어떤 학부생이 심리학 분야에 대한 아무런 석박사 학위도 없이, 인간의 마음을 텍스트로 상정하는 소설을 쓴 뒤에, 개인의 소설들을 건강하게 다시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선배작가적 역할로서의 최면가로 10년간 활동해왔다고 해보자. 물론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만 가정한, 현실에서는 좀처럼 있기 힘든 극단적인 예다.
그러한 이가 만약 사이코프로드라면, 그는 대중들을 향해 자신이 10년간 '심리상담'을 해왔다고 말할 것이다. 또한 융과 인본주의, SF적 오컬트를 소재로 쓸 것이며, 그 모든 것에 대한 건강한 통합을 말할 것이다. 인간의 '관계'와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할 것이며, 자신이 얼마나 윤리적인지도 고백할 것이다. 그렇게 심리상담 분야의 아무런 학위도 없고, '심리상담'의 정당한 수련과정을 조금도 경험하지 않은 그는 자신이 '심리상담전문가'라고 선전할 것이다.
그가 바로 가르시아가 지적한 사이코프로드, 심리학사기꾼이며, 사기꾼성 인격장애자다.
어쩌면 당신 옆에서 친절하게 미소짓고 있는 그일 수도 있다.
어떠한 용어가 사회적으로 제안되는 것은 그러한 현상이 사회에 만연할 때다. 그 현상을 설명하고 알리기 위해 용어의 필요성은 생겨난다.
사이코프로드는 현재의 한국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다.
우리가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는 사이코패스보다도 더욱 많고, 이미 우리의 일상에 침투해있다.
사이코프로드는 왜 경계되어야 하는가?
이들은 우리의 심리적 아픔을 치유해주고 심리적 성장을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실제적으로는 우리의 심리적 에너지를 약탈해가기 때문이다. 사기꾼이 하는 일과 같다. 사이코프로드는 우리의 마음이 그들의 노예가 되어 그들에게 종속되게 만든다.
우리의 현실에 투입되어야 할 우리의 심리적 에너지가 사이코프로드를 지키고, 배불리고, 번영하도록 하는 일에 착취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 마음의 힘을 회복하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오히려 사이코프로드의 활동에 참여할수록 당신의 힘은 더 없어지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런 줄도 모른다. 오히려 당신은 이렇게 무력한 가운데서도 사이코프로드만은 자신에게 힘을 주는 존재라고 경험한다. 새로운 심리학적 이해를 통해 자기의 인생을 바꿔준 감사한 존재라고 기억하려 한다.
언젠가 훗날에 자꾸 이유를 알 수 없이 화가 나고, 일상에서 화가 더 많아지지만, 그 화가 사이코프로드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다.
당신은 사기를 당해 화가 난 것이다.
당신의 마음이 착취되고 이용당해 화가 난 것이다.
당신은 사이코프로드에게 아주 많이 화가 난 것이다.
당신을 돕기 위해 진심으로 그 모든 것을 했다며, 순수하고 무오한 표정으로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이 주장하는 그 얼굴에 더욱 화가 난다.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세탁을 하며 채색을 해서 사기꾼이 아닌 척 기만하려는 그 몸짓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제의 내용은 현재에도 여전한 사기꾼이라는 그 뻔뻔함에 화가 난다.
그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가장 은폐한 채 사기를 치는 사이코프로드들이 지금 사회에 너무나 많기에, 우리는 늘 속은 줄도 모른 채 속아와서 오늘날 우리가 이처럼 화가 많이 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직시해야 하며, 기억해야 한다.
사이코프로드(Psychofraud), 우리가 더는 속지 않을 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