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프로드(Psychofraud) #2

"마음의 비밀"

by 깨닫는마음씨




마음에 대해 말해온 동서고금의 위대한 현인들이 있습니다. 저도 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마음에 대해 치열하게 씨름해왔습니다. 단지 이론뿐이 아니라 체험으로도 마음을 알기 위해 열심히 독학을 해온 자로서, 공교롭게도 그 애절한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최근에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체험을 하고 나니, 그 모든 현인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던 것인가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경전을 읽어도 그 전까지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무슨 말인지 다 이해가 되고, 어떤 심리학책을 읽어도 막힘없이 하나로 꿰지는 놀라운 현실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이렇게 좋은 것을 저만 알 수는 없다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마음을 알고자 아주 오랜 시간을 힘들어하셨던 여러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말은 작다고 하지만, 실은 아주 큰 이야기보따리를 준비했습니다. 받으시고 나면 여러분의 가슴이 '이것 하나'로도 완전히 다 채워질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토록 알고 싶으셨는데, 알아야지요. 이제는 알아야지요.


자 지금부터 마음의 비밀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모든 경전과 모든 심리학이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그 놀라운 진실, 여러분을 위해 다 풀어내겠습니다.


한 사람의 안에는 그도 모를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무수한 마음과, 무수한 인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그일 수도, 그의 앞에 있는 나일 수도, 그도 나도 아닌 다른 누구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개인은 무수한 텍스트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텍스트는 다 온전합니다. 통째로 다 온전한 그입니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만을 온전하다고 평가해서, 그 이야기만을 임의적으로 고집하면 고통이 생겨납니다.


그의 안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스스로의 자유로 자기를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텍스트는 통제하지 않는 참된 권위의 품속에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개성을 드러내 날갯짓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그에 대한 '기성의 앎'을 기각한 채, 다만 모르는 채로 있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도 그를 모르고, 우리도 그를 모릅니다.


다만 모르는 미지의 것을 향한 관심을 갖고, 따듯하게 시선을 비추고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춥고 어두운 겨울이 지나 얼음이 녹고, 이제 조심스럽게 봄의 햇살을 맞으러 나온 숲속의 예쁜 동물들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새롭고 고유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아주 가끔은 무서운 괴물이 나올 수도 있을 겝니다. 그렇지만 무서워하지 마세요. 괴물은 자기가 무섭기에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한 것뿐입니다. 그 괴물도 온전한 존재입니다.


괜찮다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그동안 혼자 참 많이 무서웠겠다고, 상냥하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러면 괴물로 오해되었던 그 존재가 이제 안심하며, 착하고 예쁘게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안에 담긴, 또 이 세상 속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 그동안 말할 곳을 찾지 못해 기죽어 동굴에만 숨어있었던 그 이야기들을 따듯하게 청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들이 스스로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다만 열린 귀와 넉넉한 품만을 준비하면 됩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이 마음의 비밀을 접하시고, 봄의 향기처럼 확 여러분의 가슴속에 퍼져나가는 그 좋은 기운이, 바로 여러분의 열린 귀이며 넉넉한 품입니다.


여러분 안에 잠들어있던 그 무수한 이야기들이, 자기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소리를 듣고 이제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깨달음'이라고 하겠지요.


여러분 안의 그 모든 텍스트가 정당한 이야기로 우리 모두에게 읽히고, 알려지며, 감동의 이유가 되는 삶, 그것이 마음이 깨어난 삶입니다.


온전한 마음의 비밀은 바로 여러분 안에 있답니다.


그 마음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세요.



_____



이것이 조금씩 사용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사이코프로드들이 하는 심리학사기의 보편적인 내러티브다.


그럴 듯하게 들렸다면, 당신은 아마도 사이코프로드에게 취약한 상태일지 모른다.


'당신을 따듯하게 돌봐줄 엄마를 찾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사이코프로드는 자신이 평등하게 모든 것을 알아주는 현명하고 자애로운 여왕 같은 엄마인 척하는 데 능하다. 그러한 모성회복의 스토리를 만들어내 자기를 그 안에 위치시킨다.


그래서 사이코프로드의 주변에는 엄마를 찾는 이, 엄마에게 집착하는 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이, 엄마가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며 원망하는 이 등등의, 각종 모성결핍의 인물들이 모이게 된다.


물론 사이코프로드 자신이 가장 모성결핍의 대상자다.


사이코프로드는 모성이 결핍되어 늘 모성적 대상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에는 자기의 심리구조 안에 '최고의 모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이 외적인 대상없이 자신이 꿈꾸던 자원을 스스로 획득한 놀라운 체험 같기에, 여기에 매우 자주 '깨달음'이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아주 빈번하게, 오컬트적 소재를 탐닉해온 사이코프로드들에게는 '깨달음'이란 단어가 무협지에서처럼 '가장 최고의 것'을 뜻하는 까닭에, 자기가 얻어낸 '최고의 모성'은 곧 '깨달음'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처럼 자기 엄마를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데서 사이코프로드의 1차 사기는 발생하며, 그 상태로 자기가 다른 이들의 엄마인 것처럼 행세하는 차원에서 이들의 2차 사기는 성립된다. 그리고 이들의 3차 사기는, 엄마로 위장한 그 모습으로 양분을 제공해주는 척하지만, 실은 사람들로부터 양분을 빨아먹는 일로 드러난다.


사이코프로드의 정체는 독거미다.


자기가 동굴 안에 무서워서 숨어 있는 마음들을 알아주는 척하지만, 실은 무서워서 동굴 안에 숨어 있는 것은 사이코프로드 그 자신이다.


동굴 안에 숨어있다보니 외롭고 배가 고파져서 독거미는 거미줄을 쳐놓고, 달콤한 향기를 흘려, 사람들을 동굴 속으로 유혹한다.


동굴 안에서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굴며, 세상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지어낸다. 그 소설들 속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꿈꾸던 '동굴 밖의 욕망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니 동굴 밖에 있던 사람들은 욕망이 자극되어, 동굴 안에 들어가면 마치 욕망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동굴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 거짓의 이야기들은 다만 사람들을 동굴 안으로 끌어들여 먹이가 되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을 뿐이다.


욕망을 미끼로 끌어들여 자기의 양분으로 취하는 이 일이 전형적인 사기꾼의 일이다.


"모든 마음을 알아주어 그들의 온전함을 회복시킨다."


독거미는 늘 세부적인 언어만 바꿔가며, 이 말만을 되풀이한다.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의 대체가능한 부품처럼 자신을 경험하며,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다.


심지어는 독거미에게 잡아먹힌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을 온전하게 알아드릴게요."라는 그 말을 듣고 싶어 동굴로 들어서기까지 한다.


현대인의 치명적인 '약점'을 이용해먹는 사이코프로드들이 정말 악질인 이유다.


'마음의 비밀'과 같은 것을 말하는 이는 그 말을 통해 '진짜 비밀'을 감추려 한다.


진짜 비밀은 이러한 말을 하는 이가 심리학사기꾼이라는 것이다.


온전함을 알아봐준다는 엄마처럼 자상한 그 시선은, 실은 먹이를 탐색하는 독거미의 시선이다.


그게 이들 마음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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