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심리학"
마음이 집을 나갔다.
겨울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축복받은 사계절의 땅이다.
봄이 오면 또 멘탈은 가출할 것이고, 여름이 되면 정신은 실종될 것이며, 가을과 함께 영혼은 사라질 것이다. 사계절의 순환과 함께 역사는 반복된다.
이것은 정신나간 심리학의 영향이다. 집 나간 마음은 정신나간 심리학과 반드시 연결된다.
우리는 최대한 언어를 갖고 놀면서 언어로는 포착하기 힘든 그 어떤 현실의 층위들을 묘사해보고자 한다. '집 나간 마음'이라는 표현에도 층위가 있고, '정신나간 심리학'이라는 표현에도 층위가 있다.
i) 마음이 집을 나갔다. 존재라는 집을 나갔다. 마음은 뿌리를 잃고 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병에 걸렸다. 정신병이 생겼고, 멘탈이 터졌다. 마음이 가출한 그 결과다.
ii) 마음이 집을 나갔다. 엄마의 자궁이라는 집을 나갔다. 마음은 존재의 자유를 얻었다. 건강하고 웅장한 인간의 마음이다. 마음이 출가한 그 결과다.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났는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떠났는가?
돌아오지 않는 오디세우스는 동시에 진짜 고향을 향하는 오디세우스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가출'인지 '출가'인지와 관계되는 것이 심리학이다. 심리학의 소비는 어떻게든 마음이 더욱 나가도록 촉진한다. '나가는 것(go forward)'은 '나가는 것(go out)'이다.
나가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단지 무엇으로부터 나가는 것이고, 또 무엇을 향해 나가는 것인가가 그 층위를 결정한다.
어떤 종류의 심리학은 엄마의 자궁을 예찬하며 그 자궁을 거푸집삼아 우리 자신도 좋은 마음의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어떤 심리학은 정신이 좀 많이 나가서 돌아버리도록 하는 일에 일조한다.
반대로 어떤 종류의 심리학은 조금 미친 듯한 소리들을 한다. 그러나 그 미친 소리들은 우리의 정신이 제대로 나가서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 다 '정신나간 심리학'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층위는 분명하게 변별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들어보자.
모두가 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낙원처럼 거하고 있던 중에 몇몇이 산도를 통과해 그 밖으로 나가 존재하게 되었다. 둥둥 떠다니던 몽롱한 양수의 꿈에서 깨어난 이들이다. 이들 중 또 몇몇은 여기가 진짜 세상이라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동굴 안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꿈꾸고 있냐? 여기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유토피아가 어디에 있다고 헛소리를 하고 있어. 이 유토피아에서 사는 일은 우리의 당당한 권리라구. 자꾸 백일몽만 꾸지 말고, 이제 성숙한 주체답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인식하며 정신 좀 차리고 살라구. 언제까지 정신나간 소리만 하려고 그래."
정신나간 심리학은 분명 정신병에 대해 다룬다.
어떤 종류의 심리학은 엄마의 자궁 속에서 깨달은 척 스승흉내를 내는 정신병을 성숙함의 지표로 지지할 것이다.
반대로 어떤 종류의 심리학은 깨달았는데 자기가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병든 것처럼 위축되어 있던 정신에 자유라는 이름을 되돌려줄 것이다.
그래서 이 연작글은 학술적 작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예언서고 음모론이다.
아무 것도 논증하지 않을 것이다. 메모장에 따로 준비된 매크로는 이러하다.
"반박시 선생님의 말이 다 맞습니다. ^^"
그러나 3류예언서나 3류음모론은 아니다.
1류와 3류를 가르는 분명한 기준은 발화자가 그렇게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다. 자신의 시간을 그 말과 정신이 일치한 돈 키호테의 시간으로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다.
돈 키호테는 조금 미쳤는데, 그냥 미친 것이 아니라 1류로 미쳤다. 그래서 아름답다.
정신이 나가려면 1급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름답다.
겨울이었다.
풍차는 얼어붙어 회전을 멈추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조금 미칠 수 있다.
사계절의 언제라도 인간이 미치는 경우는 두 가지다.
너무 두렵거나, 또는 너무 사랑하거나.
너무 두려운 마음은 두려움으로부터 멀어지고자 두려움이 체험되는 자신의 몸을 벗어나고자 한다. 존재의 집을 나가 엄마의 자궁에 부속물(attachment)이 됨으로써 애착(attachment)의 광기어린 춤사위를 시작한다.
너무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을 향해 엄마의 집을 나간다. 광채어린 동녘하늘을 향한 여행을 시작한다.
집 나간 마음의 운명은 그래서 두 가지다.
정신병이든가, 깨닫든가이다.
이 둘은 '가출'과 '출가'의 차이만큼이나 그 층위가 분명하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큼이나 분명하다.
정신나간 심리학은 집 나간 마음의 궤적이 이토록 선연하고 명징함을 밝힌다.
이 땅에서 가장 밝게 관측되는 별인 시리우스처럼.
그 시리우스가 떠올라있던, 분명 겨울이었다.
마음이 집을 나가던 밤이었다.
두려움없이 사랑을 향한 용기로 채워진 가슴이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