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카스테 콤플렉스"
이오카스테는 저 유명한 오이디푸스의 모친이다.
이오카스테 콤플렉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모친의 입장에서 살펴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에게 생물학적 본능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자 했다.
남자아이는 자기 아버지의 권위를 거세하고 자기가 더 높은 권위를 가짐으로써 자기의 우월한 유전자를 후대로 계승해줄 어머니를 독점하고자 한다는 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바로 알파수컷을 지향하는 본능적 생태에 대한 묘사다.
그런데 이것은 남자아이만 그러할까? 모친의 입장에서도 더 우수한 차세대의 알파수컷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이디푸스의 모친인 이오카스테는 소환되었다.
그녀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결혼해 왕비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인 라이오스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게 되리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그래서 라이오스는 예언을 피하기 위해 이오카스테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다가, 술에 취해 결국에는 그녀와 동침하게 되어 아들을 얻게 된다. 그 아들이 바로 오이디푸스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 라이오스는 그를 죽이기 위해 양치기에게 맡긴 뒤 성 밖으로 내보낸다. 이에 대해 분노한 이오카스테와 라이오스의 사이에는 금이 갔고, 또 덤으로 권위의 여신인 헤라 또한 라이오스에게 분노하며 스핑크스를 재앙의 사자로 내려 보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양치기의 선의에 의해 생존한 오이디푸스는 성인이 되고, 산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라이오스와 시비가 붙어 그가 아버지인지 모른 채 죽이게 된다. 이후 라이오스의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배우자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오카스테는 스핑크스를 물리쳐줄 영웅의 아내가 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지성의 힘으로 스핑크스를 격퇴한 뒤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아 왕위에 오르게 된다.
원래부터 탁월한 미모의 소유자였던 이오카스테는 그녀가 지닌 하르모니아의 목걸이 덕분에 늘 젊고 아름다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한 매력에 푹 빠진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와는 다르게 이오카스테를 성적으로 열렬하게 탐하며 매일같이 열락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오카스테 또한 라이오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이고 건강한 오이디푸스와 사랑을 나누는 일에 몰두했다. 그 결과 그들 사이에는 4명의 자녀들이 태어났다.
이후 오이디푸스와의 관계가 근친이며 그가 라이오스를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오카스테는 사실을 덮은 채 현재의 상황을 유지해보고자 하나, 결국에는 오이디푸스 이후 누가 왕이 될지의 쟁탈전을 펼친 그녀의 두 아들이 죽게 되고, 그렇게 오이디푸스를 포함한 자신의 모든 아들을 다 잃게 된 그녀는 자살을 택하게 된다.
이것이 대략적인 신화의 내용이며, 여기에는 이오카스테를 중심으로 분석될 수 있는 소재들이 많다.
또 다른 신화에서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바치고자 한 선택지는 각기 권위의 헤라, 지성의 아테나, 외모의 아프로디테였다. 그는 외모를 택했지만, 사실 이 권위, 지성, 외모는 이상적인 삼위일체의 덕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이상을 이루기 위한 여정으로서 이오카스테의 행적을 돌이켜보자.
그는 우선적으로 가장 최상의 수준으로 '외모'라는 덕목을 확보하고 있었다. 늙지도 쇠퇴하지도 않는 영원한 미모다.
그 외모의 힘을 통해 그녀는 왕비가 되어 '권위' 또한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왕인 라이오스가 자신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외모와의 교환재로 얻은 권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된다. 특히 자식을 가지지 않으려는 라이오스의 태도는 이오카스테가 왕비로서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왕의 모친으로서도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나아가 술에 취해 겁탈하듯 자신을 대한 라이오스를 통해서는 '지성'의 부재 또한 확연하게 경험된다. 자신의 자식인 오이디푸스를 죽이려 하는 그의 태도는 그녀의 확신을 굳힌다.
이것은 현재 올바른 권위가 아니라는 최종적 판단은 결국 권위의 여신인 헤라의 분노를 통해 대변된다. 이 경우 헤라와 이오카스테는 동일시된다. '그녀'는 올바르지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이 무식하고 폭력적인 '가짜권위'에 분노한다. 즉 '가짜알파수컷'에게 분노한다.
라이오스가 오이디푸스를 죽이려고 하던 그 때에, 이오카스테가 예언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녀는 이미 라이오스를 통해서는 이상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상태였던 것이다.
이후 라이오스의 죽음 뒤에 그녀는 최고의 지성을 가진 이와 결혼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두를 지적으로 좌절시키는 스핑크스의 심오한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이야말로 최고의 지성이다. 오이디푸스는 바로 그러한 최고의 문제해결사의 면모로 모친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진정한 왕이 귀환했다. '진짜알파수컷'이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지성을 가진 히어로와 미모를 지닌 히로인이 만나 이루는 것, 그것은 참된 권위다. 삼위일체는 이렇게 완성된다. 가장 이상적인 현실이 실현되었으며, 그 현실은 심지어 더욱 뜨겁고 황홀하게 지속되려는 피스톤운동을 매일같이 멈추지 않는다.
이오카스테 콤플렉스는 이처럼 가장 지성적인 조건을 갖춘 알파수컷을 통해 이상적인 것을 이루려는 끝없는 본능의 운동이다.
이것은 동물에서 벗어난 것이 지성이 아니라, 지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능임을 알린다.
이오카스테는 '젊고 예쁜 엄마'이며, 그녀가 본능적으로 꿈꾸는 것은 '똑똑한 아들'이다.
거의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오카스테에게 있어 더는 살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순간은, 똑똑한 아들들이 모두 상실되었을 때다. 이것은 더 쉽게 말해, 지성적인 것을 계속 소유하지 못하면 미래의 가능성이 닫히게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우수한 지적 정보의 보유정도에 의해 미래가 결정된다고 믿는 이 발상 또한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똑똑한 알파수컷이 내 품에서 벗어난다면 나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아주 끈적한 본능 중의 본능의 표현이다.
이 시대의 다분히 위악적인 반지성주의는 어쩌면 이오카스테에 대한 저항은 아닐까? 그 질식할 것 같은 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하는 마음의 소망은 아닐까?
그러나 나가야 할 것은 이오카스테다.
그녀는 헤라의 품에서 나간다.
왕비이자 왕의 모친인 '최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세워진 집에서 나간다. (당연히 헤라는 가정의 여신이기도 하다.)
아들이 남편의 적이 되어 남편을 죽이고 자기를 최고의 권위로 보게 만드는, 그 '권위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나가는 마음이 있다.
이것은 릴리스와는 다르다. 릴리스는 엄마를 그만두고 여자가 되려 하는 역동이다. 그러나 릴리스도 권위에 사로잡혀 있다.
이오카스테는 자식을 통해 알파를 얻으려 하고, 릴리스는 자식을 버린 뒤 자신이 알파가 되려고 한다.
이오카스테가 나가야 할 길은 이 길이 아니다.
그녀는 가부장의 구조를 받들어 종속되려 하지도, 가부장의 구조를 뒤집어 승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 그녀 자신의 아름다움만을 밝히기 위해 나간다.
스스로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
본능이라는 운명으로 구속하려는 신들의 집을 나가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
이오카스테가 이상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난다.
그때에도 이오카스테가 더욱더 아름다운 것은 분명 그녀가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