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상담자로 살기 完

"성장통"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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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이라는 활동의 핵심은 시간을 같이 나누는 일입니다.


고통의 문제는 시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의 근본적 차원은 바로 '성장통'입니다. 이 성장통은 존재가 회복되고자 할 때 생겨나는 고통입니다.


자기의 크기를 잊고, 자기의 시간을 동결하기 위해 언어로 만든 작은 냉장고 속에 스스로를 꾸겨 넣어왔던 존재가 자기의 원래 크기만큼 기지개를 켜고자 할 때는 아픔이 수반됩니다. 이것이 성장통입니다.


이 성장통에 필요한 것은 시간뿐입니다.


시간말고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고통이 존재가 회복되고자 하는 아주 정상적인 성장통의 과정이며, 또 여기에는 단지 시간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신뢰할 수 있는 태도로 전하는 이입니다.


그리고 성장통의 과정 동안 내담자가 혼자라고 오해하거나 자신이 잘못된 존재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상담자가 치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제하려는 욕구를 내려놓고 가만히 보고 있음으로써 내담자의 마음을 알아준다거나, 내담자의 마음을 대신 받아서 전파상 아저씨처럼 그것을 온전한 형태로 작업해준다거나, 새로운 언어로 내담자의 건강한 서사를 재구성해주는 등의 '잡(job)스러운' 활동을 펼치는 상담자를 통해 내담자가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담자의 일은 다만 시간을 신뢰하는 것이고, 내담자 또한 그 시간의 힘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리적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지나가서 해결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간은 존재가 피어나는 지평입니다.


존재가 기지개를 켜고 활짝 깨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담자가 관계와 언어 그리고 이야기의 세상에 치이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로 깨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존재론적 시간'이 치유합니다.


우리 존재의 고통은 우리가 자신의 시간을 잃었기 때문에, 망각했기 때문에, 멈추었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자신의 시간을 다시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 고통입니다.


그래서 모든 고통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 존재의 성장통입니다.


상담자는 존재가 스스로 회복되기 위한 성장통을 경험하는 동안, 존재를 지키며 또 존재가 시간을 향할 수 있도록 돕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상담자는 존재의 파수꾼이자, 시간의 안내자입니다.


내담자가 스스로의 존재로 그 자신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담자의 존재를 지키고, 내담자의 시간을 안내하는 것이 상담자입니다.


그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도록 허락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친히 왕래하신 그 존재로 시간을 나누어주시는 내담자분들 덕분에, 그렇게 존재의 신비와 시간의 거룩함을 그 옆에서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비추어주시는 내담자분들이 있어서, 실존상담자는 살아갑니다.


감사의 마음이 그를 매일 살립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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