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마음사전 #1

"작가, 존재, 정직한, 자존감"

by 깨닫는마음씨


작가 (꼴값형 명사)


: 개나 소의 다른 이름


과거에는 그 꼴을 충분히 값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름이었으나, 2020년대에는 꼴을 뻥으로 부풀려 갚지도 못할 빚만을 쌓아가는 만성적 부채의 이름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빵이 없어도 영혼은 가득 채워져 있는 이들을 묘사하는 이름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영혼이 가난한 이들을 통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존재 (아동용 명사 또는 동사)


: 글에 의해 그 형태가 자유롭게 변화하는 아동용 마법장난감


"나는 15년 경력의 심리상담자다."라는 문장을 원고지에 적으면, 그 순간 실제의 자신이 그러한 존재로 변화하게 되는 마법놀이의 소재. 현대의 아동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함부로 막 대하며 갖고 놀다가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기로도 악명높다. 그래서 늘 멍들고, 삭고, 그 속이 썩어있다.


병상 위에서 끝내 피와 고름을 토하면서도 아동들에게는 아무 걱정이 없다. 글만 쓰면 얼마든지 낡은 장난감은 버리고 다른 세계로 이동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시절을 잊지 못한 중학생들에게도 "나의 멋진 글로 내 존재를 완성해간다! 이야압! 내 팔에 깃든 흑염의 펜이여!"라는 대사로 자주 발화되곤 하는 추억의 장난감.





정직한 (구시대적이며 전적으로 무가치한 형용사)


: 멸종한 공룡들이 갖고 있었다고 믿어지는 특성


꼬리뼈처럼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불필요한 것으로 확고히 검증된 진화의 잔재. 호모사피엔스종이 새롭게 그 생활무대를 옮긴 사이버텃밭에서는 효과적인 생존에 있어 더욱 방해가 되기까지하는 악성 잉여물이다.


남의 것을 내 것인 것처럼 포장해서 더욱 널리 선전할수록 알파 개체의 권위를 얻게 되는 트랜스휴머니티의 시대를 한낮의 유령처럼 덧없이 배회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악몽을 형상화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 (시각적 명사)


: 자주 존나꼴리는 감각


성도착적인 성향의 이들이 현재 성관계가 결여되어 있을 때 "자존감이 낮아졌어."라며 대개 그 원인을 어린시절의 학대 및 유기 경험에 쓸데없이 기인시키곤 하는 감각. 운이 좋게 섹스어필이 되는 이들 앞에서 열심히 학예회 댄스를 하고 난 뒤에는 "자존감이 좀 회복된 것 같아."라며 이내 뿌듯한 얼굴을 보이곤 하는 그 감각.


운좋은 몇몇의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늘 자주 존나꼴려서 조금 힘든 감각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인기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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